[Special Report | 글로벌 벤치마킹 ⑦] TSMC는 어떻게 세계 반도체 산업의 질서를 바꾸었는가

서영현 기자 / 기사승인 : 2026-10-29 11: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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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과 엔비디아는 왜 TSMC를 선택했는가
세계 AI 산업의 핵심 인프라가 되다
▲(사진=TSMC 홈페이지 갈무리)

 

 

1987년 TSMC가 설립됐을 당시 세계 반도체 업계는 이 회사를 크게 주목하지 않았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반도체 설계 능력이 없는 제조 전문기업이 장기적으로 경쟁력을 갖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당시 반도체 산업의 상식은 설계와 생산을 모두 보유해야 기술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TSMC는 기존 상식을 뒤집었다. 반도체 산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모든 것을 직접 하는 것이 아니라 각자가 가장 잘하는 분야에 집중하는 것이라는 새로운 철학을 제시했다. 이 변화는 반도체 산업의 역할을 네 개의 전문 영역으로 분리하는 계기가 되었다.


반도체를 기획하고 설계하는 팹리스(Fabless), 웨이퍼를 생산하는 파운드리(Foundry), 패키징과 테스트를 담당하는 OSAT, 그리고 이를 활용해 스마트폰과 서버, 자동차를 만드는 완제품 기업이 하나의 공급망으로 연결되기 시작했다.


이러한 분업 체계는 반도체 산업 전체의 생산성을 크게 높였다. 설계기업은 공장 건설에 막대한 자금을 투자하지 않아도 연구개발에 집중할 수 있었고, 파운드리는 다양한 고객의 주문을 받아 생산 규모를 확대하며 공정기술을 빠르게 발전시킬 수 있었다.

● 애플과 엔비디아는 왜 TSMC를 선택했는가
TSMC의 성공은 단순히 생산 능력 때문이 아니었다. 고객과 경쟁하지 않는다는 원칙은 세계적인 기술기업들에게 높은 신뢰를 제공했다. 애플은 아이폰과 맥(Mac)에 사용되는 자체 설계 칩을 개발하지만 생산은 TSMC에 맡긴다. 엔비디아 역시 AI 가속기에 사용되는 첨단 GPU를 직접 설계하지만 생산은 TSMC와 협력한다. AMD와 퀄컴, 브로드컴 등 주요 팹리스 기업들도 같은 방식을 선택하고 있다.


이들은 TSMC를 선택한 이유로 첨단 공정기술뿐 아니라 고객의 설계정보를 보호하고, 자체 제품으로 경쟁하지 않는 사업모델을 중요한 강점으로 평가한다. 이러한 신뢰는 수십 년에 걸쳐 구축된 자산이다. TSMC는 고객의 성공이 곧 자신의 성장이라는 원칙을 유지하며 생산기술과 수율 향상, 안정적인 공급에 집중했다. 그 결과 고객사는 연구개발에, TSMC는 제조 혁신에 집중하는 선순환 구조가 형성됐다.


● 세계 AI 산업의 핵심 인프라가 되다
2020년 이후 생성형 인공지능이 급속도로 확산되면서 TSMC의 역할은 더욱 커졌다. AI 반도체는 이전 세대보다 훨씬 미세한 공정과 높은 생산 기술을 요구한다. 이러한 첨단 공정을 안정적으로 구현할 수 있는 기업이 많지 않기 때문에 글로벌 AI 기업들은 TSMC와의 협력을 전략적 과제로 인식하고 있다.


오늘날 데이터센터, 자율주행차, 스마트폰, 클라우드 서비스 등 첨단 디지털 산업은 모두 반도체를 기반으로 움직인다. 그 중심에는 설계기업과 제조기업을 연결하는 TSMC의 생산 플랫폼이 자리하고 있다. 이제 TSMC는 단순한 제조기업을 넘어 세계 디지털 경제를 떠받치는 핵심 인프라 기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 Global Data
TSMC 2025 주요 지표
고객사 : 534개
생산 제품 : 12,682종
연간 생산능력 : 12인치 웨이퍼 환산 1,700만 장 이상
임직원 : 9만 명 이상
첨단공정(7나노 이하) 매출 비중 : 74%
3나노 공정 매출 비중 : 24%
연간 설비투자 : 약 1조 2천억 대만달러 규모
Decision Point
TSMC는 공장을 판매한 것이 아니라 ‘신뢰’를 판매했다. 반도체 산업은 기술 경쟁인 동시에 신뢰 경쟁이다. 고객이 수년간 연구개발한 설계 정보를 안심하고 맡길 수 있는 기업이라는 평판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TSMC는 ‘고객과 경쟁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수십 년 동안 지켜왔고, 그 신뢰가 오늘날 세계 최고 파운드리 기업이라는 위치를 만들었다.


※ 소상공인포커스 시사점
TSMC의 성장 과정은 모든 산업에 중요한 교훈을 준다. 기업의 경쟁력은 모든 것을 직접 하는 데서 나오지 않는다.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분야에 집중하고, 나머지는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와 협력하는 분업 구조를 만들 때 더 큰 경쟁력이 만들어진다.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도 마찬가지다. 모든 기능을 내부에서 해결하려 하기보다 핵심 기술과 서비스에 집중하고 협력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 지속 가능한 성장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소상공인포커스 / 서영현 기자 93olivi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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