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광둥성 선전은 화웨이와 텐센트, DJI, BYD 등 세계적인 기술기업을 배출한 도시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러나 선전의 경쟁력은 개별 기업의 성공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세계 각국의 전문가들은 선전의 가장 큰 강점으로 ’끊임없이 새로운 기업이 탄생하는 창업 생태계’를 꼽는다. 제조업과 금융, 연구개발, 벤처투자, 대학, 지방정부가 하나의 혁신 네트워크를 형성하면서 새로운 산업을 지속적으로 만들어내고 있기 때문이다.
선전은 1980년 경제특구 지정 이후 제조업 중심 도시로 성장했지만, 최근에는 창업과 기술혁신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발전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지방정부는 첨단산업 육성과 함께 창업기업 지원, 연구개발 투자, 인재 유치, 벤처투자 활성화를 핵심 정책으로 추진하고 있으며, 이러한 정책은 도시 경쟁력을 높이는 중요한 기반이 되고 있다.
선전이 세계적인 창업도시로 성장한 가장 큰 이유는 기술을 가진 사람이 창업하기 쉬운 환경을 구축했다는 점이다. 연구자가 기술을 개발하면 이를 사업화할 수 있는 창업지원기관과 벤처투자, 법률·회계 서비스가 즉시 연결된다. 이후 기업이 성장하면 선전증권거래소와 다양한 금융기관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고 해외시장으로 진출할 수 있는 구조가 마련돼 있다. 기술과 자본, 시장이 하나의 생태계 안에서 연결되는 것이다.
특히 선전에는 전자와 반도체, AI, 로봇, 바이오, 신에너지 등 다양한 산업의 전문 인력이 집중돼 있다. 세계적인 제조기업과 스타트업이 함께 활동하면서 기술인력의 이동도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대기업에서 경험을 쌓은 연구원과 엔지니어가 새로운 회사를 창업하고, 성공한 기업인은 다시 창업기업에 투자하는 선순환 구조가 정착되면서 도시 전체의 혁신 역량이 지속적으로 강화되고 있다.
대학과 연구기관의 역할도 중요하다. 선전은 중국과학원 산하 연구기관과 대학, 기업 연구소가 공동 연구를 수행하며 기술 상용화를 추진하고 있다. 연구실에서 개발된 기술이 기업으로 이전되고, 기업은 이를 제품으로 개발해 시장에 출시하는 과정이 비교적 빠르게 이루어진다. 이러한 산학연 협력은 반도체와 AI, 바이오, 드론 등 전략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핵심 요인으로 평가된다.
◆ 벤처투자 환경도 선전의 강점이다.
민간 벤처캐피털과 정부 산업펀드, 기술금융이 함께 운영되면서 창업 초기 기업도 연구개발 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 투자기관은 단순히 자금을 지원하는 데 그치지 않고 경영과 해외 진출, 기술협력까지 지원하며 기업의 성장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이처럼 투자와 기술이 함께 움직이는 구조는 선전 혁신 생태계의 중요한 특징이다.
창업문화 역시 다른 도시와 차별화된다. 선전에서는 실패한 창업 경험도 새로운 도전의 자산으로 평가하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 창업기업 간 협업과 기술 공유가 활발하며, 공동 사무공간과 창업지원센터, 기술박람회 등을 통해 새로운 사업 기회를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있다. 이러한 개방적인 기업문화는 혁신 속도를 높이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혁신 생태계는 지역경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스타트업이 성장하면서 소프트웨어 개발과 디자인, 마케팅, 법률, 특허, 회계, 물류, 교육 등 다양한 서비스 산업이 함께 확대되고 있다. 대기업 중심의 산업구조에서 벗어나 수많은 중소기업과 전문기업이 함께 성장하는 구조가 만들어지면서 도시경제의 안정성과 지속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 선전의 사례는 한국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국내에서도 판교와 대전, 광주, 대구, 부산 등에서 창업 생태계 조성이 추진되고 있지만, 지역 간 연계와 투자 생태계는 여전히 보완이 필요한 분야로 평가된다. 창업기업이 연구개발부터 투자, 사업화, 해외 진출까지 하나의 시스템 안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정책과 금융, 대학, 기업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평택 역시 반도체와 미래차 산업을 기반으로 창업 생태계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 대기업 협력사 중심의 산업구조를 넘어 AI와 반도체 장비, 첨단소재, 스마트물류, 산업용 소프트웨어 등 신산업 분야의 스타트업을 적극 육성한다면 지역경제의 성장 기반은 더욱 탄탄해질 수 있다. 산업단지 조성과 기업 유치만으로는 혁신도시가 될 수 없으며, 새로운 기업이 지속적으로 탄생하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장기적인 경쟁력을 좌우한다.
◆ 지역경제진단
선전은 공장을 많이 지은 도시가 아니라 기업이 계속 태어나는 도시다. 세계적인 기업을 만든 힘은 뛰어난 기술만이 아니라 사람과 자본, 연구개발, 창업, 시장이 유기적으로 연결된 혁신 생태계에서 나왔다.
대한민국 지역경제도 이제는 기업 유치 경쟁을 넘어 혁신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도시를 만드는 전략으로 전환해야 한다. 청년 인재가 머물고, 연구가 창업으로 이어지며, 창업이 세계시장으로 연결되는 구조를 갖출 때 지역경제는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확보할 수 있다. 미래 산업의 경쟁력은 공장 수가 아니라 새로운 기업이 얼마나 계속 탄생하고 성장하는가에 달려 있으며, 선전은 그 해답을 가장 먼저 보여준 도시 가운데 하나다.
소상공인포커스 / 서정선 칼럼니스트 jacobxu0304@gmail.com
[필자 주요약력]
現 INTERPRO H.K PEF 대표
現 일요주간 부회장
前 Proton International LLC (H.K) 법인장
前 Proton Asia PEF GP
前 Proton Asia PEF
아시아 국제 금융 법률,회계 전문위원
前 화중 테크 대표이사
前 화중아이앤씨 대표이사
前 중국 대련보세구 정부 위촉 외자유치 및 투자 구조 자문 대표
前 중국 천진 한화종합유한공사법인장
前 중국 주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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