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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공지능(AI)의 폭발적인 성장이 반도체 산업의 기술 경쟁 구도를 바꾸고 있다. 미세공정 고도화만으로 연산 성능과 전력 효율을 끌어올리는 데 한계가 나타나면서 인간의 뇌를 모방한 뉴로모픽 반도체와 빛으로 정보를 처리하는 광반도체가 차세대 컴퓨팅 기술로 부상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AI 생성 이미지.(사진=챗GPT) |
인류의 디지털 혁명은 반도체의 발전과 함께 성장해 왔다. 컴퓨터와 스마트폰, 인터넷, 클라우드, 인공지능(AI), 자율주행, 데이터센터까지 현대 산업의 모든 혁신은 반도체 성능 향상을 기반으로 이루어졌다. 반세기 이상 반도체 산업은 트랜지스터를 더욱 작고 빠르게 만드는 방향으로 발전하며 연산 속도와 에너지 효율을 동시에 높여 왔다.
그러나 최근 AI의 급속한 발전은 기존 반도체 기술이 근본적인 한계에 가까워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생성형 AI와 초거대 언어모델은 수조 개의 연산을 반복 수행해야 하며, AI 데이터센터는 막대한 전력과 냉각 비용을 요구한다. 미세공정 기술은 물리적 한계에 접근하고 있고, 전력 소비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제 세계 반도체 산업은 기존 실리콘 기반 컴퓨팅을 넘어 새로운 구조와 원리를 가진 차세대 반도체 개발 경쟁에 돌입했다.
현재 가장 주목받는 기술은 뉴로모픽 반도체(Neuromorphic Semiconductor)와 광반도체(Photonic Semiconductor)이다. 뉴로모픽 반도체는 인간의 뇌 신경망 구조를 모방해 정보를 처리하는 기술이다. 기존 CPU와 GPU가 데이터를 메모리와 연산장치 사이에서 반복적으로 이동시키는 구조라면, 뉴로모픽 반도체는 기억과 연산을 동시에 수행하는 방식으로 전력 소비를 크게 줄일 수 있다.
인간의 뇌는 약 20와트 수준의 에너지로도 고도의 사고와 학습을 수행하는데, 뉴로모픽 기술은 이러한 원리를 반도체에 구현하려는 시도다. 반면 광반도체는 전자가 아닌 빛(Photon)을 이용해 정보를 전달하고 연산하는 기술로, 기존 전기 신호보다 훨씬 빠른 속도와 낮은 발열, 높은 대역폭을 구현할 수 있다. AI 데이터센터와 초고속 통신, 양자컴퓨터 인터페이스 분야에서 핵심 기술로 평가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글로벌 경쟁은 이미 치열하다. 미국은 엔비디아, 인텔, IBM을 중심으로 AI 반도체와 뉴로모픽 기술을 고도화하고 있으며, IBM은 TrueNorth, 인텔은 Loihi 프로젝트를 통해 뇌 모사형 반도체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 엔비디아는 GPU 시장을 넘어 차세대 AI 컴퓨팅 플랫폼 구축에 집중하고 있으며, 광반도체 분야에서는 스타트업과 대학 연구기관을 중심으로 실리콘 포토닉스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유럽은 IMEC과 프라운호퍼 연구소를 중심으로 차세대 반도체 연구를 확대하고 있고, 일본은 소재와 장비 경쟁력을 바탕으로 차세대 공정기술 확보에 나서고 있다. 중국 역시 국가 차원의 반도체 자립 전략을 추진하며 AI 반도체와 광집적회로 분야에 대규모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 기술실사의 관점에서 차세대 반도체는 단순히 더 빠른 칩을 만드는 경쟁이 아니다
미래 AI와 휴머노이드 로봇, 자율주행, 디지털 트윈, 양자컴퓨팅, 우주산업을 가능하게 하는 핵심 기반기술이다. 다만 뉴로모픽 반도체는 소프트웨어 생태계와 프로그래밍 방식이 아직 초기 단계이며, 광반도체 역시 기존 CMOS 공정과의 통합, 생산원가, 대량 양산 기술을 해결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따라서 현재는 연구개발과 초기 산업화가 동시에 진행되는 과도기라고 평가할 수 있다.
대한민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메모리 반도체와 첨단 공정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유리한 위치에 있다. 그러나 미래 시장은 메모리 중심이 아니라 AI 연산과 시스템 반도체, 광집적회로, 뉴로모픽 컴퓨팅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차세대 반도체 분야에서 원천기술 확보와 설계 역량, AI 소프트웨어 생태계 구축이 병행되어야 글로벌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 특히 중소 팹리스와 소재·장비 기업이 새로운 공급망에 참여할 수 있도록 산업 생태계를 강화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
기술실사의 종합적인 판단은 명확하다. 차세대 반도체는 기존 실리콘 기술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AI 시대가 요구하는 새로운 연산 구조를 구현하기 위한 진화의 과정이다. 향후 시장의 승자는 단순히 미세공정을 앞세운 기업이 아니라 AI·광학·신경과학·소프트웨어를 융합해 새로운 컴퓨팅 플랫폼을 구축하는 기업과 국가가 될 가능성이 가장 높다. 반도체 산업의 다음 30년은 트랜지스터의 크기가 아니라 컴퓨팅 방식 자체를 어떻게 혁신하느냐가 결정할 것이다.
소상공인포커스 / 서영현 기자 93olivi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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