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 줌인] 동네서점은 무엇을 파는가…책 판매와 공간 운영의 사업모델

이지원 기자 / 기사승인 : 2026-10-28 11:3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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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서점이 파는 것은 책만이 아니다. 좌석을 내주고 모임을 연다. 책 판매와 공간 운영의 수입, 거기 드는 관리 시간을 따로 떼어 봐야 둘이 서로를 받쳐 주는 조건이 보인다.

◇ 책의 선택이 공간의 성격을 만든다
작은 서점은 모든 책을 갖출 수 없다. 그래서 무엇을 들이지 않을지부터 정한다. 주제와 독자, 책을 읽는 상황을 기준으로 진열 범위를 잡으면 서가는 단순한 재고 목록을 넘어 '왜 이 책인가'를 보여준다. 서울 성북구에서 8년째 동네서점을 운영하는 안경숙(46)씨는 "들일 책보다 뺄 책 고르는 데 시간이 더 든다"고 했다. 신간과 오래 팔리는 책, 주문 도서, 독립 출판물은 공급 방식이 제각각이다. 함께 다루려면 주문 단위와 입고 주기, 반품 가능 여부를 거래 조건별로 나눠 관리할 일이다.


큐레이션은 주인의 취향을 내건 문구 몇 줄로 끝나지 않는다. 비슷한 궁금증을 가진 독자가 다음 책으로 건너갈 수 있게 주제와 난이도, 형식을 잇는 설계다. 소개 글은 책을 읽지 않은 사람도 고른 이유를 알 만큼 구체적이어야 한다. 그렇다고 내용을 부풀리거나 출판사 설명을 그대로 옮기지는 않는다. 서가 위치와 검색되는 재고 정보가 맞아야 추천이 구매로 이어진다. 찾는 책이 없을 때 주문을 받아 주는 절차도 서비스다.

 

▲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하게 AI(인공지능)가 생성한 이미지입니다. 작은 서점에서 방문자가 책장을 둘러보는 장면. (사진 = 제미나이)

 


◇ 머무는 시간에도 비용과 역할이 있다
좌석과 모임 공간을 두는 순간 서점은 판매점과 머무는 공간을 함께 운영하게 된다. 자리가 몇 개냐보다 책을 고르는 손님과 오래 앉아 있는 이용자의 동선이 부딪히지 않는지가 중요하다. 소음, 조명, 냉난방, 청소, 화장실 안내, 음료 반입처럼 사소해 보이는 조건이 모두 일거리가 된다. 경기 고양에서 모임 공간을 겸한 서점을 하는 배은정(39)씨는 "자리를 열어 두면 사람은 모이지만 치우는 건 내 몫"이라고 했다. 무료 자리에도 관리 시간이 든다. 공간이 책 판매를 돕는 장치인지, 따로 설계할 서비스인지 목적부터 정해야 한다.


독서모임, 강연, 전시, 대관은 각각 다른 사업이다. 프로그램마다 준비와 진행, 홍보, 좌석 배치, 철수에 드는 시간을 적어 둔다. 참가비나 대관료를 받는다면 어디까지 포함되는지 분명히 알린다. 행사 중에 일반 영업을 계속할 수 있는지도 따진다. 매장이 작을수록 행사 하나가 공간 전체를 차지하기 쉽다. 일정표에 행사 시간만 적지 말고 준비와 원상복구 시간까지 막아 두면 이중 예약과 과로를 피할 수 있다.

 

▲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하게 AI(인공지능)가 생성한 이미지입니다. 서점 테이블에 둘러앉아 책을 읽는 모임을 표현한 장면. (사진 = 제미나이)

 


◇ 판매와 관계를 같은 장부에서 본다
책 판매 수입과 공간 프로그램 수입을 나눠 적으면 무엇이 무엇을 받쳐 주는지 보인다. 프로그램 참가 수입과 확인되는 책 판매는 수입으로, 준비비·외부 진행자비·결제수수료·추가 근무비는 비용으로 따로 잡는다. 연결 고리가 확인되지 않으면 행사 뒤 팔린 책을 전부 행사 덕으로 돌리지 않는다. 소상공인 경영 컨설턴트 유현석씨는 "모임이 잘되면 책도 팔렸겠거니 하기 쉽지만 장부를 나눠 봐야 안다"고 말했다. 회원제나 정기 구독을 운영한다면 제공 범위와 사용 기한, 예약 우선권을 실제 감당할 수 있는 선에서 정한다. 앞으로 할 서비스를 먼저 약속하는 구조일수록 이행에 필요한 시간과 현금을 따로 관리해야 한다.


동네와의 관계도 사업이 되려면 되풀이할 수 있는 방식이 있어야 한다. 학교나 모임, 창작자와 손잡을 때는 서로의 역할과 일정, 판매·정산 방식을 기록으로 남긴다. 한 번 베푼 호의가 늘 공짜로 해 주는 일로 굳어지지 않게 하기 위해서다. 서점이 직접 할 일과 바깥과 함께할 일을 나누면 운영 부담도 눈에 들어온다. 서점의 개성은 큰 행사를 자주 여는 데서만 나오지 않는다. 어떤 독자의 어떤 선택을 도울지, 책을 사는 시간과 머무는 시간을 어떻게 이을지 꾸준히 지켜 갈 때 책과 공간은 서로를 지탱한다. 안경숙씨는 "큰 행사보다 어떤 책을 권하는 곳인지 지켜 가는 게 더 어렵다"고 했다.

 

 

소상공인포커스 / 이지원 기자 leejy0501@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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