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AI 반도체의 고성능화와 미세공정 경쟁이 심화하면서 반도체 산업의 승부처가 ‘얼마나 정교하게 만드느냐’에서 ‘얼마나 정확하게 측정하느냐’로 넓어지고 있다. 원자힘현미경(AFM)을 앞세운 파크시스템스는 나노 단위의 정밀계측 기술을 기반으로 첨단 반도체 공정에서 요구되는 측정 영역을 공략하고 있다.사진은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AI 생성 이미지.(사진=챗GPT) |
반도체 회로가 미세해질수록 작은 오차 하나가 제품의 성능과 수율을 좌우한다. 아무리 정교하게 반도체를 만들더라도 실제 만들어진 구조가 설계와 일치하는지 정확하게 측정하지 못한다면 첨단 공정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어렵다.
● 반도체 미세공정 시대, 측정 기술이 새로운 경쟁력이 되다
AI 반도체 시대가 열리면서 이러한 측정 기술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고성능 반도체는 구조가 복잡해지고 공정 난도가 높아지면서 기존의 평면적인 검사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영역이 확대되고 있다. 표면의 미세한 형상과 물성을 정밀하게 분석하는 기술이 연구실을 넘어 첨단 제조 현장의 핵심 기술로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시장에서 대한민국 기업 파크시스템스가 구축해 온 경쟁력은 Growth Track이 주목할 만한 사례다.
파크시스템스는 원자힘현미경(AFM·Atomic Force Microscope)을 전문적으로 개발해 온 기업이다. AFM은 매우 미세한 탐침을 이용해 물질 표면의 형상과 특성을 나노 수준에서 측정하는 장비다. 중요한 것은 현미경이라는 이름이 아니다. 반도체가 더욱 미세해질수록 보이지 않는 것을 정확하게 측정하는 능력이 곧 생산 경쟁력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것이다.
● 제조의 시대에서 측정의 시대로
산업혁명 이후 제조업의 핵심 경쟁력은 오랫동안 ‘잘 만드는 능력’이었다. 더 빠르게 생산하고, 더 많은 제품을 만들고, 생산원가를 낮추는 것이 기업의 경쟁력을 결정했다. 그러나 첨단 제조업에서는 다른 문제가 등장한다. 너무 작아서 제대로 볼 수 없다면 어떻게 정확하게 만들 것인가.
반도체가 대표적이다. 공정이 미세해질수록 제조 과정에서 발생하는 작은 편차도 성능과 수율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따라서 제조 기술이 발전할수록 검사와 계측 기술도 함께 발전해야 한다. AI 시대에는 이러한 변화가 더욱 빨라질 가능성이 있다. 고대역폭메모리(HBM), 첨단 패키징, 차세대 메모리와 같은 분야에서는 구조의 복잡성과 정밀도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반도체 산업은 얼마나 작게 만들 수 있는가의 경쟁인 동시에, 그 작은 세계를 얼마나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는가의 경쟁으로 이동하고 있다. 파크시스템스가 위치한 시장의 전략적 의미가 바로 여기에 있다.
● 원자힘현미경은 무엇을 보는가
일반적인 광학현미경은 빛을 이용한다. 전자현미경은 전자빔을 이용해 훨씬 작은 구조를 관찰한다. AFM은 접근 방식이 다르다. 극도로 미세한 탐침이 시료 표면을 측정하고 그 상호작용을 분석함으로써 표면의 형상과 특성을 파악한다. 이를 통해 나노 수준의 구조와 표면 특성을 정밀하게 분석할 수 있다. 처음에는 대학과 연구기관의 연구장비라는 이미지가 강했다. 하지만 나노기술이 실제 산업으로 확장되면서 활용 영역도 변화했다.
반도체, 디스플레이, 소재, 배터리, 바이오 등 정밀한 표면 분석이 필요한 산업에서 AFM의 활용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여기에서 중요한 변화가 발생한다. 연구용 장비가 산업용 장비로 이동하는 것이다. 연구실에서는 연구자가 시간을 들여 한 번의 정밀한 측정을 수행할 수 있다. 하지만 반도체 생산현장은 다르다. 반복적인 측정에서도 일정한 결과가 나와야 하고, 속도와 자동화, 장비 안정성까지 확보해야 한다. 따라서 산업용 AFM의 경쟁력은 단순히 얼마나 작은 것을 볼 수 있는가에만 있지 않다. 정확성, 반복성, 자동화, 생산성, 소프트웨어, 유지관리 능력이 함께 요구된다.
● 파크시스템스가 보여주는 성장기업의 조건
파크시스템스 사례에서 주목할 부분은 대한민국 기업이 모든 산업 분야에서 규모의 경쟁을 할 필요는 없다는 점이다. 세계 시장에는 시장 자체는 상대적으로 전문적이지만 높은 기술장벽 때문에 쉽게 진입할 수 없는 분야가 존재한다. 이른바 초정밀 기술시장이다. 이 시장에서 중요한 것은 공장 규모나 직원 수가 아니다. 오랜 기간 축적된 기술과 특허, 연구인력, 고객의 신뢰가 경쟁력을 결정한다.
정밀 계측장비는 고객사가 한번 검증되지 않은 장비를 쉽게 선택하기 어려운 분야다. 측정 결과가 잘못되면 연구개발이나 제조공정의 판단 자체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장기간 축적된 데이터와 고객 경험은 새로운 경쟁자가 단기간에 확보하기 어려운 진입장벽이 된다. 파크시스템스가 우리 중소·중견기업에 던지는 메시지도 분명하다.
세계 1등 기업이 되기 위해 반드시 세계에서 가장 큰 시장에 들어갈 필요는 없다.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기술 영역을 선택하고, 그 분야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축적하는 전략도 존재한다. 대한민국 성장기업 정책에서도 이러한 관점은 중요하다. 기업의 외형만을 기준으로 성장기업을 판단하기보다 특정 기술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가능성이 있는 기업을 발굴하고 장기간 육성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 AI 시대가 정밀계측 시장을 다시 키우는 이유
AI 혁명은 소프트웨어 산업에서 시작됐지만 그 영향은 제조업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AI 모델이 거대해질수록 고성능 GPU와 메모리 수요가 증가한다. 더 높은 성능의 반도체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미세공정과 첨단 패키징 기술이 발전해야 한다. 그 결과 반도체 생산은 더욱 복잡해진다.
공정이 복잡해질수록 검사해야 할 항목도 증가한다. 제조사는 문제가 발생한 이후 원인을 찾는 것이 아니라 생산 과정에서 미세한 이상을 조기에 발견해 수율을 관리해야 한다. 따라서 AI 반도체 시장의 성장은 반도체 제조사만의 기회가 아니다. 소재와 부품, 장비, 검사, 계측 산업 전체로 새로운 수요가 확산될 수 있다. 이것이 Growth Track이 파크시스템스를 단순한 ‘현미경 회사’로 바라보지 않는 이유다.
● 파크시스템스가 자리한 곳은 AI → 반도체 → 첨단공정 → 검사·계측으로 이어지는 산업 가치사슬의 한 축이다.
기술기업은 어떻게 글로벌 기업이 되는가. 국내 기술기업들이 흔히 마주하는 한계 가운데 하나는 좋은 기술을 개발하고도 국내 시장에 머무르는 것이다. 그러나 첨단 장비 산업은 처음부터 세계 시장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 고객이 글로벌 반도체·전자·연구기관이라면 기술개발 단계부터 국제적인 요구 수준을 충족해야 하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기술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해외 영업, 현지 서비스, 기술지원, 고객과의 공동개발, 지식재산권 관리까지 모두 기업 경쟁력의 일부가 된다. 특히 장비산업에서는 판매 이후가 중요하다. 고객의 생산시설에서 장기간 안정적으로 작동해야 하고 문제가 발생했을 때 빠르게 대응해야 한다. 결국 글로벌 장비기업은 기계를 판매하는 기업이 아니라 고객의 생산성과 연구개발을 장기간 책임지는 기술 파트너가 되어야 한다.
대한민국에는 더 많은 ‘작지만 강한 기업’이 필요하다. 대한민국 산업은 지금 새로운 선택의 기로에 있다. 중국의 제조 경쟁력은 빠르게 높아지고 있고 미국과 유럽, 일본은 첨단산업 공급망을 재편하고 있다. 단순한 가격 경쟁만으로 한국 제조업이 장기적인 우위를 유지하기는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따라서 대한민국은 다른 국가가 쉽게 대체하기 어려운 기술을 가진 기업을 더 많이 만들어야 한다.
반도체 장비와 정밀계측, 첨단소재, 로봇 부품, 바이오 장비 등에는 아직 우리가 개척할 수 있는 수많은 전문시장이 존재한다. 파크시스템스가 주는 교훈은 그래서 의미가 있다. 세계적인 기업이 반드시 거대한 기업일 필요는 없다. 하나의 기술을 깊이 파고들어 세계 고객이 반드시 필요로 하는 기업이 되는 것. 그것 역시 대한민국이 글로벌 산업 경쟁에서 살아남는 중요한 성장 전략이다.
※ 기자수첩
우리는 반도체 경쟁을 이야기할 때 흔히 누가 더 작은 반도체를 만드는지를 이야기한다. 그러나 기술이 극도로 정밀해지는 순간 또 하나의 질문이 등장한다. “그렇게 작게 만든 것을 우리는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는가.” 만드는 기술과 측정하는 기술은 결국 함께 발전해야 한다. Growth Track이 파크시스템스를 주목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 기업의 성장 과정에는 대한민국 중소·중견 기술기업들이 참고할 만한 중요한 전략이 숨어 있다.
거대한 시장에서 수많은 기업과 가격으로 경쟁하는 대신, 작지만 기술장벽이 높은 시장을 선택하고 그곳에서 세계적인 전문기업으로 성장하는 전략이다. AI 시대가 깊어질수록 반도체는 더욱 정교해질 것이다. 반도체가 정교해질수록 측정 기술의 중요성 역시 커질 가능성이 높다. 미래 첨단산업의 경쟁력은 단순히 무엇을 만들 수 있는가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얼마나 정확하게 보고, 측정하고, 관리할 수 있는가. 보이지 않는 세계를 측정하는 기술이 대한민국 제조업의 또 다른 경쟁력이 될 수 있는 이유다.
소상공인포커스 / 서영현 기자 93olivia@naver.com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의 목소리를 전하는 언론 소상공인포커스에 제보하시면 뉴스가 됩니다.
▷ [전화] 02-862-1888
▷ [메일] biz1966@naver.com
[저작권자ⓒ 소상공인포커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소상공인 탐방 기획] 강남은 왜 다시 ‘남도 밥상’을 찾기 시작했는가](/news/data/20260513/p1065587635931760_590_h2.jpg)
![[지역/소상공인] 싱푸미엔관, 제주에서 만나는 ‘작은 타이베이’...이국적 식문화 공간](/news/data/20260308/p1065617445638750_628_h2.jpg)
![[지역/소상공인] 제주 동문시장의 숨은 보석, '풍정포차'에서 만난 진짜 중국의 맛](/news/data/20260305/p1065543167466566_795_h2.jpg)
![[지역/소상공인] 기장 연화리 해녀촌, 전복죽과 청정 바다로 완성한 미식·풍경 여행의 정점](/news/data/20260303/p1065594726822085_410_h2.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