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Report | Global Talent Bridge ⑥] 몽골 청년은 왜 한국을 선택하는가

서영현 기자 / 기사승인 : 2026-10-26 11:5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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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산에서 두뇌로, 자원국가의 미래를 바꾸는 한·몽 인재 네트워크
▲ 세계적인 핵심광물 확보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몽골과 대한민국의 협력도 자원개발 중심에서 전문인력 양성과 산업기술 축적으로 확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풍부한 광물자원을 보유한 몽골이 장기적인 국가경쟁력을 확보하려면 원광 수출 중심의 산업구조를 넘어 정제·가공 기술과 환경관리 역량을 강화하고, 이를 뒷받침할 전문인력을 체계적으로 육성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사진은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AI 생성 이미지.(사진=챗GPT)

 

 

늦가을 오후, 전북대학교 자원공학 실험실. 모니터에는 몽골 남고비 사막의 지질 단면도가 펼쳐져 있었다. 화면을 바라보던 한 몽골인 대학원생은 구리 광맥의 구조를 분석하며 한국인 교수와 토론을 이어갔다. 그의 연구 주제는 광석을 얼마나 많이 채굴할 것인가가 아니었다. 채굴 이후 어떻게 정제하고, 환경을 보전하며,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연결할 것인가였다.


잠시 휴식시간이 되자 그에게 질문을 던졌다. "왜 한국을 선택했습니까?" 그는 잠시 생각한 뒤 이렇게 답했다. "몽골에는 광물이 많습니다. 하지만 광물을 산업으로 만드는 경험은 아직 부족합니다. 저는 광산을 배우러 온 것이 아니라 산업을 배우러 왔습니다." 짧은 대답이었지만 그 한 문장은 오늘날 몽골이 직면한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많은 사람들은 몽골을 떠올리면 끝없이 펼쳐진 초원과 게르, 그리고 풍부한 광물자원을 먼저 생각한다. 실제로 몽골은 세계적인 구리와 석탄, 희토류, 몰리브덴, 형석 등의 매장량을 보유한 자원부국이다. 최근 세계적으로 공급망 재편과 핵심광물 확보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몽골의 전략적 가치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국제사회가 주목하는 이유는 단순히 광물이 많기 때문만은 아니다. 더 중요한 질문은 따로 있다.

● 그 광물을 누가 산업으로 만들 것인가.
광산은 기계가 개발할 수 있다. 제련공장도 자본이 있으면 세울 수 있다. 그러나 광산을 친환경적으로 운영하고, 광물을 첨단소재로 가공하며, 글로벌 공급망 속에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일은 결국 사람의 몫이다. 자원은 땅속에 묻혀 있지만 산업은 사람의 머릿속에서 시작된다.


세계은행은 몽골 경제를 분석하며 의미 있는 표현을 사용했다. 몽골의 지속 가능한 성장은 '광산에서 두뇌로(Mines to Minds)' 전환하는 데 달려 있다는 것이다. 지난 수십 년 동안 몽골은 풍부한 광물 덕분에 높은 경제성장을 경험했지만, 원광 수출 중심의 산업구조만으로는 장기적인 국가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광산이 국가에 부를 가져다줄 수는 있지만, 미래를 만들어 주지는 않는다는 의미다.


이러한 분석은 대한민국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한국은 자원이 거의 없는 나라였다. 그러나 교육과 기술, 제조업, 연구개발에 투자하면서 세계적인 산업국가로 성장했다. 반대로 몽골은 풍부한 자원을 가지고 있지만 이제는 그 자원을 어떻게 산업으로 연결할 것인가라는 새로운 과제를 안고 있다. 서로 다른 길을 걸어온 두 나라가 지금 '사람'이라는 공통분모를 통해 다시 만나고 있는 것이다.


최근 한국에서 공부하는 몽골 유학생이 빠르게 늘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단순히 학위를 얻기 위해서가 아니다. 한국이 걸어온 산업화 과정과 연구개발 시스템, 기업과 대학이 함께 성장하는 생태계를 배우기 위해서다. 특히 자원공학, 지질학, 환경공학, 기계공학, 도시교통, 보건의료 분야를 선택하는 학생들은 한국의 경험을 몽골의 미래와 연결하려는 분명한 목표를 가지고 있다.


이들은 졸업장을 들고 귀국하는 학생이 아니다. 앞으로 몽골의 광산을 설계할 엔지니어이며, 도시철도를 구축할 기술자이고, 병원을 운영할 의료전문가이며, 디지털 행정을 구축할 정책전문가가 될 가능성이 높은 미래 인재들이다. 대한민국은 지금까지 몽골을 자원협력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앞으로는 관점을 바꿔야 한다.


광산보다 먼저 사람을 이해해야 한다. 광물을 계약으로 확보하는 시대는 오래가지 않는다. 그러나 사람과 사람 사이에 만들어진 신뢰는 수십 년 동안 산업을 연결한다. 오늘 한국 대학에서 연구하는 한 명의 몽골 학생은 10년 뒤 몽골 정부의 자원정책을 설계하는 전문가가 될 수도 있고, 한국 기업과 공동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책임자가 될 수도 있다.


이처럼 한 사람의 성장은 한 나라의 산업과 다른 나라의 기술을 연결하는 새로운 출발점이 된다.
세계는 지금 핵심광물을 확보하기 위해 경쟁하고 있다. 그러나 진정한 경쟁은 광산을 확보하는 것이 아니라 그 광산을 미래 산업으로 전환할 사람을 확보하는 데 있다. 바로 이 지점에서 대한민국과 몽골의 협력은 새로운 의미를 갖기 시작한다.

● 자원은 풍부하지만 사람은 충분한가
몽골 경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광물경제'라는 구조를 이해해야 한다. 몽골 수출에서 광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며, 국가 재정과 외화 수입도 국제 원자재 가격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구리 가격이 오르면 경제가 성장하고, 가격이 하락하면 국가 전체가 흔들리는 구조다.


문제는 광물을 많이 보유했다고 해서 반드시 산업강국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세계에는 자원이 풍부하지만 경제가 성장하지 못한 나라가 적지 않다. 반대로 자원이 거의 없지만 세계적인 제조업과 첨단기술 국가로 성장한 나라들도 있다. 결국 국가의 경쟁력을 결정하는 것은 자원의 양이 아니라 자원을 활용하는 사람의 역량이다.


몽골 정부도 이러한 현실을 인식하고 있다. 최근 광물 개발과 함께 지질조사, 광산 안전, 환경복원, 제련기술, 핵심광물 가공, 국제금융, 물류 분야의 전문인력 양성을 국가 과제로 추진하고 있다. 한국 대학과 연구기관에서 공부하는 몽골 학생들이 늘어나고 있는 배경 역시 여기에 있다.


몽골 정부는 이미 이러한 현실을 국가 전략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광물을 더 많이 캐는 것이 아니라 광물을 더 높은 부가가치를 가진 산업으로 전환하는 것이 국가의 미래를 결정한다는 사실을 인식한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최근 한국과 몽골이 추진하는 다양한 인재양성 사업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핵심광물 전문인력 양성사업이다. 한국과 몽골은 광업협력을 단순한 자원개발 사업으로 접근하지 않고, 광산개발부터 탐사, 제련, 환경복원, 안전관리까지 담당할 엔지니어를 함께 양성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교육협력이 아니다. 앞으로 20~30년 동안 양국 광물산업을 함께 이끌어 갈 전문가를 공동으로 육성하는 장기 투자에 가깝다.


이러한 접근은 기존 자원외교와 분명한 차이를 보인다. 과거의 자원외교는 계약을 중심으로 움직였다. 어느 기업이 광산 개발권을 확보할 것인지, 어느 국가가 공급권을 갖게 될 것인지가 가장 중요한 관심사였다. 그러나 오늘날 핵심광물 경쟁은 계약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탐사기술을 이해하는 지질전문가, 국제 환경기준을 적용할 수 있는 기술자, 제련공정을 운영할 엔지니어, 국제금융을 이해하는 투자전문가가 함께 움직여야 하나의 공급망이 완성된다.


결국 광산을 운영하는 것은 장비가 아니라 사람이다. 이 점에서 몽골 청년들이 한국에서 배우는 경험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한국 대학에서 자원공학을 공부한 학생은 단순히 채굴기술만 배우는 것이 아니다. 광산의 경제성을 분석하는 방법, 환경영향을 최소화하는 운영방식, 기업과 연구기관이 협력하는 시스템, 그리고 국제시장과 연결되는 공급망의 구조까지 함께 경험하게 된다.


울란바토르 도시철도 전문인력 양성사업 역시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은 지하철 건설을 하나의 건설 프로젝트로 생각한다. 그러나 도시철도는 토목기술만으로 운영되지 않는다. 차량기술, 신호체계, 전력공급, 정보통신, 도시계획, 운영관리 등 수십 개 분야의 전문인력이 함께 움직여야 한다.


한국에서 교육을 받은 몽골 교수와 학생들이 귀국해 다시 후배를 양성하기 시작하면, 한 번의 교육은 한 세대의 기술축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이것이 바로 사람을 중심으로 한 산업협력이다.


의료 분야도 마찬가지다. 최근 한국과 몽골은 암 진단과 치료, 병원 운영, 의료인력 교육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단순히 병원을 지어주는 것이 아니라 의사와 간호사, 의료기술자, 병원행정 전문가를 함께 육성하는 방향으로 협력이 발전하고 있다. 의료기술은 장비보다 사람이 먼저 성장해야 지속될 수 있기 때문이다.


캐시미어 산업 역시 흥미로운 사례다. 몽골은 세계적인 캐시미어 생산국이지만 상당수는 원료 형태로 수출된다. 반면 한국은 디자인과 품질관리, 브랜드 개발, 글로벌 유통 경험을 갖고 있다. 만약 한국에서 공부한 몽골 청년들이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귀국해 디자인과 브랜드, 전자상거래를 결합한다면, 몽골은 단순한 원료 수출국이 아니라 고부가가치 소비재 산업으로 발전할 가능성을 갖게 된다.


이처럼 한 명의 유학생이 배우는 기술은 개인의 경력으로 끝나지 않는다. 그 사람이 귀국한 이후 기업을 만들고, 연구소를 운영하며, 정부 정책에 참여하고, 한국 기업과 공동 프로젝트를 추진하게 되면 한 사람의 경험은 국가 간 산업협력으로 확대된다.


● 지금은 ‘유학생’이라는 단어는 더 이상 적절하지 않다.
그들은 미래의 엔지니어이며, 연구자이고, 기업인이며, 정책전문가다. 더 나아가 대한민국과 몽골을 연결하는 경제 네트워크의 핵심 구성원이다. 세계는 지금 핵심광물 확보 경쟁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공급망을 오래 유지하는 나라는 광산을 많이 확보한 나라가 아니라 사람을 많이 확보한 나라다. 아무리 우수한 광산이라도 그것을 운영할 전문인력이 부족하면 안정적인 공급망은 만들어질 수 없다. 반대로 사람과 사람 사이에 신뢰가 형성되면 새로운 기술과 투자, 공동연구가 끊임없이 이어지면서 산업생태계는 더욱 견고해진다.


대한민국이 몽골과 협력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광물을 사 오는 관계는 시장가격에 따라 언제든 바뀔 수 있다. 그러나 함께 공부하고 함께 연구하며 함께 성장한 인재 네트워크는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그것은 계약보다 오래가고, 외교보다 깊으며, 일시적인 투자보다 훨씬 큰 경제적 가치를 만들어낸다.


따라서 앞으로 한·몽 협력의 중심에는 언제나 사람이 있어야 한다. 광산은 산업의 출발점일 뿐이다. 그 광산을 미래산업으로 바꾸는 것은 결국 사람이며, 사람을 키우는 교육과 연구가 두 나라의 새로운 경제지도를 그려 나갈 것이다.

 

 

소상공인포커스 / 서영현 기자 93olivi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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