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Report | 글로벌 벤치마킹⑥] TSMC는 어떻게 세계 반도체 질서를 바꾸었는가

서영현 기자 / 기사승인 : 2026-10-27 10:5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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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리스 창은 왜 ‘반도체를 설계하지 않는 회사’를 만들었는가
▲ 반도체를 직접 설계하지 않는 기업이 세계 AI 시대의 핵심으로 떠올랐다. TSMC의 성공은 단지 공장을 많이 지었기 때문이 아니라, '설계'와 '제조'를 완벽히 분리하는 세계 반도체 산업의 새로운 분업 생태계를 직접 설계했기 때문이다. 사진은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AI 생성 이미지.(사진=챗GPT)

 

 

반도체를 직접 설계하지 않는 기업이 세계 AI 시대의 핵심이 되었다. TSMC의 성공은 공장을 많이 지었기 때문이 아니라, 세계 반도체 산업의 새로운 분업체계를 설계했기 때문이다.


● 모리스 창은 왜 ‘반도체를 설계하지 않는 회사’를 만들었는가
1980년대 중반 세계 반도체 산업은 미국과 일본 기업들이 주도하고 있었다. 당시 대부분의 반도체 기업은 설계부터 생산, 판매까지 모든 과정을 직접 수행하는 IDM(Integrated Device Manufacturer) 방식으로 운영됐다. 인텔, 텍사스인스트루먼트(TI), 모토로라, NEC, 도시바 등이 대표적인 기업이었다. 새로운 반도체를 개발하려면 설계 능력뿐 아니라 수십억 달러가 필요한 생산시설까지 직접 확보해야 했다.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가진 작은 기업이 시장에 진입하기에는 현실적인 장벽이 너무 높았다.


모리스 창은 이러한 산업 구조의 한계를 누구보다 가까이에서 경험한 인물이었다. 미국 MIT에서 기계공학을 공부한 뒤 스탠퍼드대학교에서 전기공학을 전공한 그는 텍사스인스트루먼트에서 25년 이상 근무하며 반도체 산업의 성장 과정을 직접 지켜봤다. 생산기술과 경영을 모두 경험한 그는 뛰어난 설계 기술을 가진 기업들이 공장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시장에 진입하지 못하는 현실을 보며 기존 산업 구조에 의문을 품기 시작했다.


1985년 대만 정부는 해외에서 활동하던 모리스 창에게 귀국을 요청했다. 당시 대만은 ITRI를 중심으로 반도체 기술을 축적하고 있었지만, 이를 세계적인 산업으로 성장시킬 사업 모델은 아직 갖추지 못한 상황이었다. 모리스 창은 ITRI 원장으로 취임한 뒤 대만 반도체 산업을 면밀히 분석했고, 기존 기업들과는 전혀 다른 길을 선택했다.


그가 내린 결론은 단순했지만 혁신적이었다. “모든 기업이 반도체 공장을 가질 필요는 없다.” 당시 이 생각은 매우 파격적이었다. 반도체 산업에서는 설계와 생산을 함께 보유하는 것이 당연한 상식으로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모리스 창은 생산만 전문적으로 담당하는 기업이 등장하면 설계기업은 연구개발에 집중할 수 있고, 생산기업은 공정기술을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서로 더 큰 경쟁력을 만들 수 있다고 판단했다.


1987년 설립된 TSMC는 이러한 발상에서 출발했다. 회사는 자체 브랜드의 반도체를 개발하거나 판매하지 않았다. 오직 고객이 설계한 반도체를 최고의 품질로 생산하는 것만을 기업의 존재 이유로 삼았다. 당시에는 성공을 장담하기 어려운 새로운 사업 모델이었지만, 훗날 세계 반도체 산업의 구조를 바꾸는 결정적 전환점이 되었다.


■ Decision Point
1987년, 모리스 창은 “우리는 고객과 경쟁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선택했다. 이 결정은 단순한 경영 전략이 아니었다. 설계기업은 공장을 직접 운영하지 않아도 되었고, 생산기업은 제조기술에만 집중할 수 있는 새로운 산업 분업체계가 탄생했다. 오늘날 세계 수많은 팹리스 기업이 성장할 수 있었던 출발점도 바로 이 선택이었다.


■ Key Person
모리스 창(Morris Chang)
MIT 기계공학 전공
스탠퍼드대학교 전기공학 석사
텍사스인스트루먼트(TI)에서 25년 이상 근무
1985년 ITRI 원장 취임
1987년 TSMC 설립
세계 최초의 순수 파운드리(Foundry) 사업모델 정착


■ Timeline
1985년
모리스 창, 대만 귀국 및 ITRI 원장 취임
1986년
6인치 웨이퍼 기술 개발 및 사업화 준비
1987년
TSMC 설립
1990년대
세계 최초 순수 파운드리 모델 확산
2000년대
팹리스 기업 성장 가속화
2020년대
AI 반도체 시대의 핵심 생산기지로 도약


■ Global Data
2025년 고객사 : 534개
생산 제품 : 12,682종
연간 생산능력 : 12인치 웨이퍼 환산 1,700만 장 이상
임직원 : 9만 명 이상
첨단공정(7nm 이하) 매출 비중 : 74%
3nm 공정 매출 비중 : 24%
(자료 : TSMC Annual Report 2025)


※ 소상공인포커스 시사점
TSMC의 성공은 첨단 공장을 많이 보유했기 때문만이 아니다. 산업을 바라보는 관점을 바꾼 것이 더 중요한 이유였다. 모든 기업이 모든 것을 직접 할 필요는 없다는 발상은 반도체 산업의 역할을 재정의했고, 설계기업과 생산기업이 각자의 전문성을 극대화하는 생태계를 만들었다.


중소기업에도 같은 교훈이 적용된다. 모든 기술과 생산 역량을 혼자 확보하려 하기보다 자신만의 핵심 경쟁력을 중심으로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할 때 더 큰 시장을 열 수 있다. 세계 산업은 규모보다 분업과 협력의 생태계를 통해 성장하고 있으며, TSMC는 그 흐름을 가장 먼저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다.

 

 

소상공인포커스 / 서영현 기자 93olivi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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