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선의 지역경제진단] 선전은 어떻게 세계 드론산업의 수도가 되었나…DJI가 만든 새로운 산업혁명

서정선 칼럼니스트 / 기사승인 : 2026-08-03 11:4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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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20여 년 전만 해도 드론은 군사용 장비라는 인식이 강했다. 그러나 지금 드론은 농업, 물류, 건설, 재난 대응, 영상 촬영, 시설 점검, 소방, 환경 감시 등 산업 전반으로 활용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는 중국 선전과 세계 최대 드론 기업 DJI가 있다.


현재 세계 민간 드론 시장에서 DJI는 압도적인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DJI가 글로벌 소비자용 드론 시장에서 70% 안팎의 점유율을 확보한 것으로 평가한다. 미국과 유럽, 일본 등 첨단기술 국가들이 경쟁하고 있지만, 드론 분야에서는 선전이 세계 산업의 기준을 만들어가고 있다.


DJI의 성공은 단순히 뛰어난 제품을 만든 결과가 아니다. 선전이라는 도시가 수십 년 동안 축적해 온 전자산업 생태계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드론은 모터, 배터리, 센서, 반도체, 카메라, 통신기술, 인공지능 소프트웨어 등 다양한 기술이 결합된 산업이다. 선전에서는 이러한 핵심 부품을 수십 킬로미터 안에서 대부분 조달할 수 있다. 새로운 제품을 설계하면 필요한 부품을 신속하게 확보하고 시제품을 제작할 수 있는 환경이 이미 갖춰져 있다.


이 같은 산업 환경은 개발 속도를 획기적으로 높였다. 세계 기업들이 수개월이 걸리는 제품 개발 과정을 선전 기업들은 훨씬 짧은 기간 안에 반복하며 기술을 개선했다. 빠른 개발과 시장 검증, 그리고 다시 제품을 개선하는 과정이 자연스럽게 정착된 것이다.


선전시 역시 드론 산업을 미래 전략산업으로 육성했다. 실증 비행구역을 확대하고 연구개발을 지원했으며, 관련 기업들이 자유롭게 시험하고 사업화할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다. 최근에는 ‘저공경제(Low-altitude Economy)’를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제시하며 드론뿐 아니라 도심항공교통(UAM), 무인물류, 저고도 항공서비스까지 산업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드론의 활용 분야도 빠르게 넓어지고 있다. 농업에서는 농약과 비료를 정밀하게 살포하고, 건설 현장에서는 공정과 안전을 실시간으로 점검한다. 전력회사는 송전선로를 검사하고, 소방당국은 화재 현장의 상황을 실시간으로 파악한다. 재난 지역에서는 구조 활동과 피해 조사에 활용되며, 물류기업들은 도서·산간 지역 배송 서비스를 시험하고 있다.


한국 역시 드론 산업을 미래 성장산업으로 육성하고 있지만, 아직은 하드웨어와 핵심 부품 분야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는 과제가 남아 있다. 특히 모터, 비행제어 시스템, 센서, 카메라 모듈, 배터리 등 핵심 공급망은 여전히 해외 의존도가 높은 분야가 적지 않다.


지역경제의 관점에서 선전이 주는 교훈은 분명하다. 미래 산업은 대기업 한 곳을 유치한다고 만들어지지 않는다. 부품기업, 소프트웨어 기업, 연구기관, 대학, 투자자, 시험인증 기관이 함께 성장하는 생태계가 구축될 때 세계적인 산업 경쟁력이 형성된다.


소상공인에게도 새로운 기회가 있다. 드론이 확산될수록 유지보수, 교육, 정밀측량, 농업 방제, 시설 점검, 콘텐츠 제작, 보험, 데이터 분석 등 다양한 서비스 시장이 함께 성장한다. 드론 제조기업만 성장하는 것이 아니라 이를 활용하는 수많은 중소기업과 지역 사업자가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한국의 지방정부도 이제는 단순히 기업 유치 경쟁에 머물 것이 아니라, 특정 산업을 중심으로 지역의 기술과 인재, 기업을 연결하는 전략을 고민해야 한다. 선전은 드론 산업 하나를 통해 도시의 경쟁력을 높였고, 그 경쟁력이 다시 새로운 기업과 인재를 끌어들이는 선순환을 만들었다.


드론 산업은 이제 항공기 산업의 일부가 아니라 인공지능과 데이터, 통신기술이 융합된 새로운 플랫폼 산업으로 진화하고 있다. 선전은 이러한 변화의 최전선에서 세계 시장의 기준을 제시하고 있으며, 한국 역시 지역 특성에 맞는 드론 산업 생태계를 구축한다면 새로운 성장 기회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선전의 두 번째 기적…금융이 기술을 키우고, 기술이 도시를 바꾸다
1980년 중국 최초의 경제특구로 지정된 선전은 제조업 중심의 성장으로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오늘날 세계가 선전을 혁신도시로 평가하는 이유는 단순히 공장이 많아서가 아니다. 선전은 제조업의 성공에 머물지 않고 금융과 기술을 결합해 새로운 산업 생태계를 만들어냈다. 이는 세계 주요 도시들과 비교해도 매우 독특한 성장 모델이다.


많은 사람들은 선전을 화웨이와 BYD, DJI 같은 세계적인 기업이 모여 있는 도시로 기억한다. 하지만 이러한 기업들은 처음부터 거대한 글로벌 기업이 아니었다. 대부분은 작은 기술기업으로 출발했고, 성장 과정에서 지역의 금융 시스템과 투자 생태계의 지원을 받으며 세계 시장으로 진출했다. 결국 선전의 경쟁력은 기술기업 자체보다 기술기업을 성장시키는 금융 시스템에 있었다.


선전의 변화는 2010년 중국 정부가 ‘첸하이 선전-홍콩 현대서비스업 협력구’를 출범시키면서 더욱 가속화됐다. 첸하이는 단순한 산업단지가 아니라 금융과 법률, 물류, 디지털경제를 연결하는 새로운 실험 공간으로 설계됐다. 특히 홍콩과의 지리적 장점을 활용해 국제 금융과 중국 본토 산업을 연결하는 관문 역할을 맡았다.


홍콩은 오랫동안 아시아 최고의 국제금융도시로 성장해 왔다. 반면 선전은 세계적인 제조업과 첨단기술 기업이 집중된 도시였다. 두 도시가 가진 강점을 하나로 연결하자는 것이 첸하이 개발의 핵심이었다. 기술기업은 선전에서 성장하고, 필요한 자금은 홍콩과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조달하는 구조가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중국 정부는 다양한 금융 규제 완화 정책을 시행했다. 크로스보더 위안화 결제 확대, 해외 자본의 투자 절차 간소화, 벤처캐피털과 사모펀드 육성, 핀테크 산업 지원 등이 대표적이다. 기술기업은 연구개발에 집중하고, 금융은 성장 자금을 공급하는 역할을 맡으면서 선전은 중국 혁신산업의 중심으로 자리 잡았다.


벤처캐피털 시장도 빠르게 성장했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가진 창업자는 초기 투자부터 성장 자금, 해외 진출 자금까지 단계별 투자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을 갖추게 됐다. 기업이 실패하더라도 다시 도전할 수 있는 자본 생태계가 형성되면서 선전은 창업 친화적인 도시로 변모했다.


DJI의 성장도 이러한 생태계를 빼놓고 설명할 수 없다. 세계 최대 드론 기업으로 성장하기까지는 뛰어난 기술력뿐 아니라 전자부품 공급망, 연구개발 인력, 벤처투자, 글로벌 수출 네트워크가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었다. 선전에서는 새로운 제품을 설계하면 필요한 부품을 단기간에 확보하고 시제품을 제작한 뒤 투자자와 시장의 평가를 받아 다시 개선하는 과정이 빠르게 반복된다. 이러한 속도가 세계 시장에서 선전 기업들의 가장 큰 경쟁력이 됐다.


화웨이와 BYD 역시 비슷한 길을 걸었다. 연구개발에 집중하는 기업, 위험을 감수하는 투자자, 기술을 이해하는 금융기관이 함께 성장하면서 도시 전체가 하나의 혁신 플랫폼으로 발전한 것이다. 이는 단순히 기업 몇 곳이 성공한 사례가 아니라 도시 전체가 혁신을 지원하는 시스템을 구축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도 경제자유구역과 국가산업단지, 혁신도시를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그러나 많은 지역이 기업 유치 실적에 집중하는 반면, 기업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금융과 투자 생태계 조성에는 아직 부족한 점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연구개발이 성공하더라도 이를 사업화하고 세계 시장으로 연결하는 금융 플랫폼이 충분하지 않으면 기술은 지역 안에서 성장 동력을 잃기 쉽다.


특히 인공지능(AI), 바이오, 반도체, 로봇과 같은 첨단산업은 대규모 연구개발 자금과 장기 투자가 필수적이다. 선전은 이러한 산업을 위해 금융을 단순한 자금 공급 수단이 아니라 산업 전략의 핵심 요소로 활용했다. 기술과 금융이 서로를 성장시키는 구조를 만든 것이다.


지역경제의 경쟁력은 더 이상 공장 수나 기업 수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얼마나 많은 기술기업이 창업하고, 얼마나 많은 투자자와 금융기관이 이들의 성장을 뒷받침하며, 세계 시장과 연결되는지를 함께 살펴야 한다. 선전은 이러한 조건을 충족하며 제조도시에서 세계적인 혁신도시로 도약했다.


한국의 지역경제도 이제는 산업단지를 조성하는 단계를 넘어 기술과 금융이 함께 성장하는 생태계를 구축해야 할 시점이다. 선전의 경험은 지방정부와 기업, 대학, 금융기관이 하나의 목표 아래 협력할 때 지역이 국가 경쟁력을 이끄는 성장 거점으로 발전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선전의 두 번째 기적…금융혁신이 기술혁신을 만들었다
1980년 중국 최초의 경제특구로 지정된 선전은 세계 제조업의 중심지로 성장했다. 그러나 선전의 진정한 경쟁력은 제조업에서 끝나지 않았다. 2000년대 중반 이후 선전은 또 한 번의 대전환을 시작했다. 공장을 많이 짓는 도시에서 기술을 만드는 도시로, 다시 기술기업에 자본을 공급하는 금융도시로 진화한 것이다. 지금 세계가 선전을 주목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많은 사람들은 선전을 이야기할 때 화웨이와 BYD, DJI, 텐센트 같은 세계적인 기업을 먼저 떠올린다. 하지만 이 기업들이 선전에 있기 때문에 도시가 성장한 것이 아니라, 선전이 이러한 기업이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기 때문에 오늘의 경쟁력이 가능했다는 점을 먼저 이해해야 한다.


기술기업은 좋은 아이디어만으로 세계 기업이 될 수 없다. 연구개발에는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고, 실패를 감수하는 투자자가 있어야 하며,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할 수 있는 금융 인프라가 뒷받침돼야 한다. 선전은 이 세 가지 요소를 동시에 구축한 중국 최초의 도시였다.


이러한 변화의 상징이 바로 첸하이(前海) 선전-홍콩 현대서비스업 협력구다. 첸하이는 일반적인 산업단지가 아니다. 홍콩의 국제금융 기능과 선전의 기술산업을 하나의 경제권으로 연결하기 위해 설계된 금융혁신 플랫폼이다.


홍콩은 오랫동안 아시아 최고의 국제금융도시였다. 글로벌 투자은행과 자산운용사, 국제 로펌, 회계법인, 보험회사 등이 밀집해 있으며 세계 자금이 모이는 곳이다. 반면 선전은 기술과 제조업의 도시였다. 중국 정부는 두 도시의 강점을 연결하면 세계 어디에도 없는 새로운 경제 모델을 만들 수 있다고 판단했다.


첸하이에서는 크로스보더 위안화 결제, 홍콩 금융기관의 진출 확대, 해외 자본 투자 절차 간소화, 핀테크 실증사업 등 다양한 금융개혁이 단계적으로 시행됐다. 기술기업은 연구개발에 집중하고, 금융기관은 성장 단계에 맞는 자금을 공급하는 역할을 맡았다. 그 결과 선전에는 벤처캐피털, 사모펀드, 액셀러레이터, 기술금융 전문기관이 빠르게 늘어났다.


선전의 또 다른 경쟁력은 자본의 속도였다. 기술기업이 창업하면 엔젤투자와 벤처캐피털이 초기 자금을 공급하고, 성장 단계에서는 사모펀드와 전략적 투자자가 참여하며, 일정 규모 이상으로 성장하면 홍콩 증권시장과 선전증권거래소를 통해 대규모 자본을 조달할 수 있었다. 기업이 성장하는 전 과정에 금융이 함께 움직인 것이다.


이러한 금융 생태계는 세계적인 기업을 연이어 탄생시켰다. 화웨이는 연구개발 중심의 장기 투자 전략을 이어갈 수 있었고, BYD는 배터리 기술을 기반으로 전기차 시장에 과감히 진출했다. DJI는 드론이라는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며 세계 민간 드론 시장의 절대 강자로 성장했다. 텐센트는 메신저 서비스를 넘어 핀테크와 클라우드, AI 플랫폼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했다. 서로 다른 산업처럼 보이지만 공통점은 하나다. 모두 선전의 기술과 금융 생태계 안에서 성장했다는 점이다.


오늘날 선전에는 수천 개의 벤처캐피털과 투자기관이 활동하고 있으며, 첨단기술 기업들은 연구개발 단계부터 해외 진출까지 다양한 금융 지원을 받을 수 있다. 특히 홍콩과 인접한 지리적 이점은 글로벌 자본을 유치하는 데 큰 강점으로 작용했다. 기술은 선전에서 개발되고, 국제 자금은 홍콩을 통해 공급되는 구조가 자연스럽게 형성된 것이다.


한국도 인천, 부산·진해, 광양만권, 경기, 대구·경북 등 경제자유구역을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상당수는 제조기업 유치와 산업단지 조성에 정책의 초점이 맞춰져 있다. 선전이 보여준 것처럼 지역경제가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산업단지뿐 아니라 기술금융, 벤처투자, 국제자본, 연구개발, 법률·회계 서비스가 하나의 생태계로 연결되어야 한다.


특히 우리나라가 AI, 바이오, 반도체, 우주항공 등 미래 전략산업을 육성하려면 기술기업이 성장 단계마다 적절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금융 플랫폼이 필요하다. 기술이 금융을 만나야 산업이 되고, 산업이 다시 지역경제를 성장시키는 선순환이 만들어진다.


선전은 더 이상 ‘세계의 공장’이 아니다.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기술과 자본이 결합하는 혁신도시로 진화하고 있다. 이는 한국의 지역경제에도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산업단지를 만드는 데 만족할 것인가, 아니면 기술과 금융이 함께 성장하는 혁신 생태계를 구축할 것인가.


지역경제의 미래는 기업 수보다 생태계의 완성도가 결정한다. 선전의 두 번째 기적은 공장을 많이 지어서가 아니라, 기술과 금융을 하나의 전략으로 묶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이제 한국의 경제자유구역도 단순한 투자 유치 경쟁을 넘어 글로벌 자본과 혁신기업이 함께 성장하는 플랫폼으로 진화해야 할 시점이다.

 

 

소상공인포커스 / 서정선 칼럼니스트 jacobxu0304@gmail.com 

 

[필자 주요약력]
現 INTERPRO H.K PEF 대표
現 일요주간 부회장
前 Proton International LLC (H.K) 법인장
前 Proton Asia PEF GP
前 Proton Asia PEF
아시아 국제 금융 법률,회계 전문위원
前 화중 테크 대표이사
前 화중아이앤씨 대표이사
前 중국 대련보세구 정부 위촉 외자유치 및 투자 구조 자문 대표
前 중국 천진 한화종합유한공사법인장
前 중국 주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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