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광둥성 남부에 위치한 선전(深圳)은 불과 40여 년 전만 해도 인구 30만 명 수준의 작은 어촌이었다. 당시 중국 경제의 중심은 베이징과 상하이였으며, 선전은 변방에 가까운 도시였다. 그러나 지금의 선전은 세계가 주목하는 혁신도시로 성장했다. 인구는 1,700만 명을 넘어섰고, 지역내총생산(GRDP)은 세계 주요 국가의 GDP와 비교될 정도의 규모를 갖추고 있다.
많은 사람들은 선전의 성공을 단순히 값싼 노동력이나 중국 정부의 지원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실제로 선전을 성장시킨 원동력은 기업과 연구기관, 자본, 인재가 하나의 생태계를 이루며 끊임없이 혁신을 만들어낸 데 있다.
오늘날 선전에는 화웨이, 텐센트, BYD, DJI와 같은 세계적인 기업들이 본사를 두고 있다. 이들 기업은 단순히 지역을 대표하는 기업이 아니라 세계 산업의 흐름을 바꾸고 있는 혁신기업들이다. 선전은 이들 기업을 중심으로 반도체, 인공지능(AI), 전기차, 드론, 스마트 제조 등 미래산업이 집적된 도시가 되었다.
선전의 하나의 산업을 중심으로 어떻게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소상공인에게도 새로운 기회가 열리고 있다. 전기차 산업은 차량 정비, 충전 서비스, 소프트웨어 유지관리, 배터리 재활용, 물류, 디자인 등 다양한 분야에서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내고 있다. 대기업만 성장하는 산업이 아니라 수많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이 함께 참여할 수 있는 산업으로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BYD의 성공은 전기차 기업 하나의 성공이 아니다. 기술을 중심으로 산업을 재편하고, 지방정부와 기업, 연구기관이 함께 성장한 결과다. 지역경제의 경쟁력은 단순한 투자 규모가 아니라 미래 산업을 얼마나 전략적으로 육성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사실을 BYD는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 화웨이는 어떻게 세계를 놀라게 했는가…선전이 만든 기술혁신의 비밀
1987년 중국 선전의 작은 사무실에서 직원 몇 명으로 시작한 화웨이는 이제 세계 정보통신산업을 대표하는 기업 가운데 하나로 성장했다. 불과 수십 년 전만 해도 중국 기업은 ‘기술을 따라가는 나라’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오늘날 화웨이는 5G 통신장비, 네트워크, 클라우드, 인공지능(AI), 반도체 설계 등 다양한 분야에서 세계 기술 경쟁의 중심에 서 있다.
많은 사람들은 화웨이의 성공을 중국 정부의 지원으로만 설명하려 한다. 그러나 화웨이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단순한 정책 지원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요소가 있다. 바로 연구개발 중심의 기업문화와 장기 투자 전략이다.
화웨이는 매년 매출의 상당 부분을 연구개발에 재투자해 왔다. 수만 명의 연구개발 인력이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고 있으며, 세계 여러 나라에 연구센터를 운영하면서 글로벌 인재를 적극적으로 확보했다. 단기 실적보다 기술 축적을 우선한 전략이 지금의 경쟁력을 만들었다.
이 과정에서 선전이라는 도시의 역할도 매우 컸다. 화웨이가 성장하면서 수많은 협력업체와 부품기업, 소프트웨어 기업들이 함께 성장했고, 대학과 연구기관도 기업의 수요에 맞는 인재를 꾸준히 배출했다. 하나의 기업이 성장한 것이 아니라 도시 전체가 하나의 기술 생태계로 발전한 것이다.
이러한 산업 생태계는 새로운 창업으로 이어졌다. 화웨이 출신 엔지니어들이 독립해 창업한 기업들은 인공지능, 반도체, 로봇, 통신장비 등 다양한 분야에서 새로운 기업을 만들어 냈다. 기술과 경험이 도시 안에서 다시 순환하는 선순환 구조가 형성된 것이다.
미국의 제재는 화웨이에 큰 위기였다. 첨단 반도체 공급이 제한되고 글로벌 시장에서 어려움을 겪었지만, 화웨이는 이를 계기로 자체 기술 개발에 더욱 집중했다. 운영체제, AI 반도체, 클라우드 서비스, 전기차 플랫폼 등 새로운 분야에 투자를 확대하며 기술 자립을 추진했다.
이 사례는 한국 기업에도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외부 기술을 도입하는 것만으로는 지속적인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다. 핵심 기술을 직접 개발하고, 연구개발에 꾸준히 투자하며, 이를 뒷받침할 지역 생태계를 함께 키워야 한다는 점이다.
지역경제의 관점에서도 화웨이는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하나의 글로벌 기업이 등장하면 그 주변에는 부품기업, 물류기업, 디자인 기업, 소프트웨어 기업, 전문 서비스업이 함께 성장한다. 지역의 일자리와 소비가 늘어나고, 다시 새로운 기업이 창업하는 선순환이 이어진다. 지역경제를 살리는 것은 대기업 한 곳을 유치하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기업과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수많은 중소기업을 육성하는 데 있다.
우리나라도 지역마다 첨단산업 육성 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여전히 공장 유치나 투자 규모에 초점을 맞추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선전은 연구개발, 창업, 금융, 대학, 인재가 유기적으로 연결될 때 비로소 세계적인 혁신도시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소상공인에게도 이 사례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대기업의 성장 뒤에는 수많은 작은 기업의 역할이 존재한다. 부품 공급, 전문 서비스, 물류, 디자인, IT 솔루션 등 다양한 분야에서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시장이 만들어진다. 결국 지역경제의 경쟁력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함께 성장하는 산업 생태계에서 나온다.
화웨이의 역사는 한 기업의 성공을 넘어 한 도시와 국가가 기술 중심 경제로 전환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기술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오랜 시간 연구개발에 투자하고, 실패를 축적하며, 지역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진정한 경쟁력의 출발점이다.
◆ BYD는 어떻게 세계 전기차 시장의 판도를 바꿨나…배터리 기업에서 글로벌 모빌리티 기업으로
세계 자동차 시장은 지금 100년 만의 가장 큰 변화를 맞고 있다. 내연기관 중심이었던 자동차 산업은 전기차와 자율주행, 인공지능(AI) 기반 모빌리티 산업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는 미국의 테슬라만 있는 것이 아니다. 중국 선전에서 출발한 BYD(Build Your Dreams)는 이제 세계 전기차 시장에서 가장 강력한 경쟁자로 평가받고 있다.
많은 사람들은 BYD를 단순히 중국의 전기차 제조업체로 인식한다. 그러나 BYD의 성장 과정을 살펴보면 자동차 회사가 아니라 배터리 기술 기업에서 출발했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1995년 설립 당시 BYD는 휴대전화와 노트북 등에 사용되는 2차전지를 생산하는 기업이었다. 당시 일본 기업들이 주도하던 배터리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과 기술력을 동시에 확보하며 빠르게 성장했다.
BYD는 배터리 기술을 기반으로 새로운 성장 기회를 찾았다. 자동차 산업의 미래가 전기차로 이동할 것이라는 판단 아래 2003년 자동차 회사를 인수하며 본격적으로 완성차 시장에 진출했다. 당시만 해도 중국 자동차 산업은 글로벌 브랜드에 비해 경쟁력이 낮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BYD는 내연기관 경쟁 대신 전기차 시장을 선택했다.
이 전략은 결과적으로 세계 자동차 산업의 흐름을 바꾸는 계기가 됐다. 배터리 기술을 자체적으로 확보한 BYD는 핵심 부품을 외부에 의존하지 않고 생산할 수 있었고, 원가 경쟁력과 공급망 안정성을 동시에 확보했다. 세계적으로 배터리 공급 부족 현상이 나타났을 때도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생산 체계를 유지할 수 있었던 이유다.
선전시는 이러한 기업의 성장을 적극적으로 지원했다. 전기버스와 전기택시를 대규모로 도입하며 기업이 새로운 기술을 실제 도시에서 시험할 수 있도록 했다. 도시 전체가 하나의 실증 무대가 되면서 기술은 빠르게 개선됐고, 시민들은 자연스럽게 전기차를 경험하게 됐다. 기업과 지방정부가 함께 시장을 만들어낸 대표적인 사례다.
현재 선전은 세계에서 전기버스 보급률이 가장 높은 도시 가운데 하나다. 도심을 운행하는 버스와 택시 상당수가 전기차로 운영되고 있으며, 충전 인프라도 체계적으로 구축돼 있다. 이는 단순한 친환경 정책이 아니라 새로운 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장기 전략이었다.
BYD의 경쟁력은 자동차 생산에만 머물지 않는다. 배터리, 반도체, 전력제어 시스템, 전기모터, 소프트웨어 등 핵심 기술을 대부분 자체적으로 개발한다. 이러한 수직계열화는 공급망 불안이 커질수록 더욱 강력한 경쟁력이 되고 있다. 최근 글로벌 자동차 기업들이 공급망 재편에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BYD는 생산과 판매를 동시에 확대하며 세계 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이 사례는 한국 제조업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던진다. 앞으로의 경쟁은 단순히 자동차를 얼마나 많이 생산하느냐가 아니라 핵심 기술과 부품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있는가에 달려 있다. 배터리, 반도체, 인공지능 소프트웨어 등 미래 산업의 핵심 요소를 동시에 확보한 기업이 글로벌 시장을 주도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지역경제 측면에서도 BYD의 성장은 의미가 크다. 완성차 공장 하나가 들어선 것이 아니라 배터리 기업, 소재 기업, 전장 부품 업체, 충전 인프라 기업, 소프트웨어 개발사, 물류기업 등이 함께 성장했다. 하나의 산업이 지역 전체의 경제 생태계를 변화시킨 것이다.
우리나라 역시 지역마다 미래차 산업단지를 조성하고 있다. 그러나 공장 유치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핵심 기술을 개발하는 연구기관, 부품기업, 스타트업, 투자기관, 대학이 함께 성장하는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선전의 사례는 지역경제가 하나의 산업을 중심으로 어떻게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소상공인에게도 새로운 기회가 열리고 있다. 전기차 산업은 차량 정비, 충전 서비스, 소프트웨어 유지관리, 배터리 재활용, 물류, 디자인 등 다양한 분야에서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내고 있다. 대기업만 성장하는 산업이 아니라 수많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이 함께 참여할 수 있는 산업으로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BYD의 성공은 전기차 기업 하나의 성공이 아니다. 기술을 중심으로 산업을 재편하고, 지방정부와 기업, 연구기관이 함께 성장한 결과다. 지역경제의 경쟁력은 단순한 투자 규모가 아니라 미래 산업을 얼마나 전략적으로 육성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사실을 BYD는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다음 편에서는 세계 드론 시장의 70% 이상을 점유한 DJI를 통해, 선전이 어떻게 '하늘의 실리콘밸리'로 성장했는지 살펴본다.
소상공인포커스 / 서정선 칼럼니스트 jacobxu0304@gmail.com
[필자 주요약력]
現 INTERPRO H.K PEF 대표
現 일요주간 부회장
前 Proton International LLC (H.K) 법인장
前 Proton Asia PEF GP
前 Proton Asia PEF
아시아 국제 금융 법률,회계 전문위원
前 화중 테크 대표이사
前 화중아이앤씨 대표이사
前 중국 대련보세구 정부 위촉 외자유치 및 투자 구조 자문 대표
前 중국 천진 한화종합유한공사법인장
前 중국 주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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