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맛은 같아도 모양 때문에 밀려난 과일
크기가 고르지 않거나 표면에 작은 흠이 있다는 이유로 선물용에서 밀려나는 과일이 있다. 먹는 데 문제가 없어도 기존 선물세트의 외형 기준에 맞지 않으면 낮은 가격에 처분되거나 판로를 찾지 못한다. 한 동네가게는 인근 농가와 이런 과일의 상태를 직접 확인하고 가정용 추석 세트를 기획했다.
무조건 ‘못난이’라는 이름으로 모으지 않고 당도와 숙도, 손상 범위를 정해 판매 가능한 품질을 구분했다. 버려질 물건을 포장만 바꿔 파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기준을 만든 셈이다. 못난이 과일은 크기와 흠집이 제각각이라 규격 포장에는 더 많은 손이 든다. 농가와 상점이 허용할 외관 기준, 맛과 안전 기준을 먼저 합의해야 ‘저품질 상품’이라는 오해를 막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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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하게 AI(인공지능)가 생성한 이미지입니다. 농민과 동네 상인이 맛에는 문제가 없는 비정형 과일을 상품용으로 선별하고 있다. (사진 = 제미나이) |
◇ 농가와 가게가 규격·가격을 함께 정했다
농가는 선별과 출고 시점을 맡고 가게는 소량 포장, 예약 접수와 고객 설명을 담당했다. 상자 규격과 완충재, 보관방법을 함께 시험하고 파손·무름이 발생했을 때 책임과 교환 기준을 정했다. 가격은 정상 선물용보다 낮게 책정하되 농가의 생산비와 가게의 작업·배송비가 남도록 계산했다. 예약수량을 먼저 모아 필요한 만큼만 수확·포장하면서 재고 위험도 나눴다.
협업은 좋은 뜻만으로 지속되지 않는다. 역할과 품질, 돈의 기준을 선명하게 정할 때 다음 거래가 가능하다. 상인은 산지 이야기를 장식처럼 붙이기보다 수확일과 품종, 보관법을 정확히 전달해야 한다. 작은 상자는 여러 크기를 조합하기 쉬워 낭비를 줄이고 고객도 부담 없이 선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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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하게 AI(인공지능)가 생성한 이미지입니다. 외형보다 산지와 맛을 앞세운 지역 상생형 선물세트를 구성하고 있다. (사진 = 제미나이) |
◇ 싸구려가 아닌 ‘이유 있는 상품’
고객에게는 흠집을 감추지 않고 왜 모양이 다른지, 맛과 안전 기준은 어떻게 확인했는지 설명했다. 과일마다 차이가 있다는 점을 사진으로 보여주고 선물용보다는 가족이 함께 먹는 실속형 상품으로 제안했다. 환경이나 농가 돕기만 강조해 품질 불만을 덮지 않았다. 소비자는 싼 물건이 아니라 납득할 이유가 있는 상품을 선택했다.
농가와 가게가 함께 만든 세트는 폐기 감소와 소득이라는 결과뿐 아니라 지역 안에서 생산자와 판매자가 고객의 신뢰를 함께 책임지는 작은 유통망을 남겼다. 상생상품이 한 번의 미담으로 끝나지 않으려면 반품과 손실을 나누는 방식이 필요하다. 판매 속도와 고객 반응을 농가에 공유하고 다음 납품의 크기·수량·가격을 함께 조정해야 지속 가능한 거래가 된다.
소상공인포커스 / 이경희 기자 leegh0224@bizfocu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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