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통시장 매출 증가율 1.7%에 그쳐, 상품권 발행 증가율(24%) 대비 크게 미흡
▶ 자영업자 51.7% “상품권 발행 확대에도 실질 매출 개선 체감 안 됨”
▶ 상품권 유통 구조 개선·디지털 상품권 확대·부정 유통 방지 등 3대 개혁 과제 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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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하게 AI(인공지능)가 생성한 이미지입니다. 온누리상품권 가맹점이지만 여전히 손님 발길이 뜸한 전통시장 상인. (사진 = 제미나이) |
◇ “5조 원 풀렸다는데, 우리 시장은 왜 이럴까”
서울 종로구 광장시장에서 39년째 채소 가게를 운영하는 하모 씨(66)는 뉴스를 보며 고개를 갸웃했다. 정부가 온누리상품권을 연 5조 원 넘게 풀었다는데, 그의 하루 매출은 지난해와 별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상품권 5조 원이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다. 우리 가게에서 상품권 받는 손님은 하루에 두세 명 정도”라는 그의 말이다. 그의 6월 하루 평균 매출은 47만 원. 지난해 같은 기간(46만 원)과 사실상 같다.
중소벤처기업부 발표에 따르면 2026년 온누리상품권 발행 규모는 5조 2,000억 원으로 사상 최대다. 2020년(2조 원) 대비 2.6배, 지난해(4조 2,000억 원) 대비 24% 증가한 수치다. 정부는 온누리상품권 발행 확대를 전통시장·골목 상권 활성화의 대표 정책으로 홍보하고 있다.
그러나 자영업 현장에서 체감되는 매출 개선 효과는 미미하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발표한 ’2026년 상반기 전통시장 매출 지표’에 따르면 전통시장 총 매출 증가율은 전년 동기 대비 1.7%에 그쳤다. 상품권 발행 증가율(24%)과 크게 괴리된다.
◇ ‘유통 사각지대’ 만드는 상품권 구조
전문가들은 이 괴리의 원인을 상품권 유통 구조에서 찾는다. 온누리상품권은 크게 세 가지 채널로 유통된다. ① 대기업 복지 포인트 대체(전체의 47%) ② 공공기관 명절 상여금 대체(23%) ③ 소비자 개인 구매(30%)다.
문제는 첫 번째와 두 번째 유통 채널이다. 대기업이 임직원 복지 포인트로 지급한 상품권은 실제 전통시장 사용률이 34%에 그치고, 나머지 66%는 대형마트·백화점 내 온누리상품권 사용처, 편의점, 프랜차이즈 등 대기업 관련 유통 채널로 유입된다. 공공기관 명절 상여금도 비슷하게 유통된다.
즉, 5조 2,000억 원의 상품권 중 실제 전통시장·골목 상권에 흘러가는 금액은 1조 5,000억~2조 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나머지는 대기업 유통 채널에서 소비되고 있다.
◇ ‘깡’ 유통 부정 사례도 잔존
또 다른 문제는 상품권 ‘깡’(할인 판매)이다. 액면가 10만 원짜리 상품권을 8만~9만 원에 되파는 부정 거래가 상당수 이뤄지고 있다. 대기업 임직원이 복지 포인트로 받은 상품권을 사용하지 않고 온라인 중고 사이트에서 할인 판매하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중소벤처기업부와 경찰청 합동 단속 결과 2025년 한 해 동안 온누리상품권 부정 유통 적발 건수는 3,120건, 부정 유통 규모는 480억 원으로 집계됐다. 실제 적발률(추정 부정 유통의 20~30%)을 감안하면, 실제 부정 유통 규모는 1,600억~2,4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유통학회 김지훈 교수는 “온누리상품권 정책은 아이디어는 좋지만 유통 구조가 취약하다. 실제 골목 자영업자에게 흘러가야 할 예산이 대기업 유통 채널과 부정 거래로 흡수되는 구조를 근본 개선하지 않으면, 발행 규모만 늘리는 것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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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하게 AI(인공지능)가 생성한 이미지입니다. 디지털 온누리상품권 결제를 도와주는 청년 자영업자. (사진 = 제미나이) |
◇ 디지털 상품권 전환… “가맹점 확대는 두 얼굴”
정부는 이 문제 해결을 위해 ‘디지털 온누리상품권’ 비중을 확대하고 있다. 카드형·모바일형 상품권은 사용처 추적이 용이하고 부정 유통을 방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2026년 디지털 상품권 비중은 62%로 2020년(28%) 대비 크게 늘었다. 하지만 여기서도 문제가 발생한다. 디지털 상품권의 가맹점이 대폭 확대되면서, 원래 전통시장·골목 상권으로 한정됐던 사용처가 대형 프랜차이즈, 편의점, 온라인 쇼핑몰까지 확산되고 있다.
서울 마포구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신모 씨(32)는 “우리 가게도 디지털 상품권 가맹점인데, 사실 편의점에서도 쓸 수 있으니 소비자는 편한 곳으로 간다. 결국 편의점만 좋아졌지, 우리 같은 개인 카페의 매출은 별 차이 없다”고 했다.
◇ ’골목 상권 특화 상품권’으로 방향 전환 필요
전문가들은 온누리상품권의 실효성 확보를 위해 방향 전환이 필요하다고 제언한다. 첫째, 전통시장·골목 상권으로 사용처를 엄격히 제한하는 ‘특화 상품권’ 도입. 둘째, 대기업 복지 포인트 대체를 지역화폐와 분리하는 유통 구조 개편. 셋째, 부정 유통 방지 시스템 강화.
온누리상품권의 원래 취지는 전통시장·골목 상권 활성화다. 그 취지를 회복하려면 대형 유통·프랜차이즈 가맹점을 원칙적으로 배제하고, 실제 골목 상권에 한정된 유통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온누리상품권은 지역 화폐의 대표 사례지만, 이제 지역 경제 활성화 효과를 재검토할 시점이다. 발행 규모 확대보다 유통 효율성 개선, 즉 실제 골목 자영업자에게 흘러가는 비율을 높이는 정책이 우선이다.
상품권 정책은 소비 진작 효과와 실제 자영업 매출 개선 효과를 구분해서 평가해야 한다. 5조 원 발행에도 전통시장 매출 증가율이 1.7%에 그친다는 것은, 상품권 정책의 실효성이 임계점에 이르렀다는 신호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이런 문제 인식을 반영해 하반기 ’온누리상품권 유통 구조 개선 태스크포스’를 발족할 계획이다. 대기업 복지 포인트 대체 비중 축소, 골목 상권 특화 사용처 지정 등이 논의될 예정이다.
5조 원의 상품권이 골목 상권으로 흘러가는 대신 대형 유통 채널로 새어 나가는 지금의 구조. 그 구조가 바뀌지 않는 한, 여름 시장 매대 앞에 서 있는 하모 씨의 하루 매출은 앞으로도 크게 달라지기 어려울 것이다.
소상공인포커스 / 이경희 기자 leegh0224@bizfocu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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