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6세 김주영 씨, 의성 신생 카페 ’AGRI’로 월 평균 매출 1,400만 원 달성, 지역 청년 일자리 4개 창출
▶ ‘지역 특산물(사과·마늘) + 카페 메뉴’ 결합 모델로 SNS 입소문, 외지 방문객 70% 차지
▶ 청년 귀향 창업 정책 한계 — 자금 지원에 비해 정착·생활 인프라 부족, 5년 잔존율 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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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하게 AI(인공지능)가 생성한 이미지입니다. 의성 시골 마을에서 청년이 운영하는 카페와 외지 방문객들. (사진 = 제미나이) |
◇ “고향이 사라지는 게 싫어서 돌아왔다”
경북 의성군 단북면. 인구 1,200명이 사는 작은 면 단위 마을이다. 이 마을 중심부에 흰 외벽의 작은 카페가 있다. 김주영 씨(26)가 2024년 9월 개업한 ’AGRI’다.
서울에서 식품영양학을 전공한 김 씨는 졸업 후 대기업 식품회사에 입사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는 2024년 봄, 고향 의성으로 돌아왔다. 이유는 단순했다. “초등학교 친구가 30명이었는데, 지금 의성에 사는 친구는 한 명도 없다. 우리 마을이 그대로 사라질까봐 무서웠다”는 것이다.
의성군은 한국에서 ’인구소멸 위험’이 가장 큰 지역이다. 한국고용정보원이 발표한 ’2026년 지방소멸위험지수’에서 의성군은 0.087을 기록해 전국 1위(가장 위험)를 차지했다.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46.3%에 달하고, 20~39세 여성 인구는 1,100명에 불과하다.
김 씨가 돌아온 단북면은 더 심하다. 면 인구의 평균 연령이 68세다. 동네 식당 한 곳, 슈퍼마켓 한 곳, 미용실 한 곳이 전부였다. 카페는커녕 커피 한 잔을 마시려면 면 소재지에서 차로 30분 걸리는 의성읍까지 가야 했다.
◇ ‘사과·마늘 + 카페’ 결합 모델, SNS 인기 폭발
김 씨의 카페는 단순한 동네 카페가 아니다. 의성의 특산물인 사과와 마늘을 활용한 차별화된 메뉴로 외지 방문객을 끌어들이는 데 성공했다. 대표 메뉴는 ▲ 의성 사과 라테(8,000원) ▲ 사과 시나몬 베이글(6,500원) ▲ 의성 마늘 아이올리 샌드위치(9,500원) ▲ 사과·마늘 잼 세트(15,000원, 테이크아웃) 등이다.
특히 ’의성 마늘을 활용한 디저트’라는 독특한 콘셉트가 SNS에서 화제를 모았다. 인스타그램 해시태그 #의성카페 #AGRI는 1만 8,000회 이상 노출됐고, 유튜브 푸드 채널 2곳이 김 씨의 카페를 소개하는 영상을 올렸다. 결과적으로 카페 손님의 70%가 의성 외 지역(주로 대구·구미·포항)에서 일부러 찾아오는 외지인이 됐다.
월 매출은 평균 1,400만 원. 의성 면 단위 자영업 평균(380만 원)의 3.7배다. 김 씨는 카페 운영을 통해 지역 청년 일자리 4개를 만들었다. 알바생 2명, 베이커리 담당 1명, 농가 협력 코디네이터 1명이다.
◇ “지역 농가와 함께 가는 비즈니스”
김 씨의 카페가 단순한 청년 창업과 다른 점은 ’지역 농가와의 연계’다. 그는 의성 사과 농가 7곳, 마늘 농가 5곳과 직접 계약 재배 협약을 맺었다. 카페에서 사용하는 모든 사과·마늘은 이 농가에서 직접 매입한다. 시장가보다 15~20% 높은 가격에 사들이고, 농가에 안정적인 판로를 제공한다.
“카페가 살려면 동네 농가도 살아야 한다. 우리는 운명 공동체”라는 김 씨의 말이다. 그는 카페에서 사용하지 않는 사과를 활용한 ’의성 사과잼 만들기 워크숍’을 매주 토요일 진행한다. 외지 방문객 8~10명이 참여해, 사과잼을 직접 만들고 농가에서 사과를 더 사 가는 부가 효과까지 발생한다.
의성군 지역경제과 정태원 과장은 “김 씨의 사업 모델은 청년 창업, 지역 농가 활성화, 외지 관광 유치를 동시에 달성하는 ’의성형 지방소멸 대응 모델’이다. 군에서도 적극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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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하게 AI(인공지능)가 생성한 이미지입니다. 의성 사과 농가를 직접 방문해 협력을 논의하는 청년 카페 주인. (사진 = 제미나이) |
◇ “처음 6개월은 자고 일어나면 막막했다”
성공의 이면에는 시련도 있었다. 김 씨가 카페를 처음 열었을 때 첫 달 매출은 180만 원에 불과했다. 동네 어르신들은 “젊은 애가 무슨 카페냐”고 곱지 않은 시선을 보냈고, 외지 방문객은 거의 없었다.
“처음 6개월은 자고 일어나면 막막했다. 매일 SNS 콘텐츠 만들고, 농가 찾아다니고, 메뉴 개발하고, 청소하고. 새벽 1시까지 일했는데 손에 쥐는 돈은 100만 원이 안 됐다”는 그의 회고다.
전환점은 2025년 4월. 의성에서 열린 ’의성 청년 농업 페스티벌’에 카페가 참여해 ’의성 사과 라테’를 출시했다. 페스티벌 영상이 SNS에서 화제를 모으면서, 5월부터 외지 방문객이 폭증했다. 한 달 만에 매출이 380만 원에서 980만 원으로 뛰었다.
◇ 청년 귀향 창업, 정책 한계 드러나
김 씨 같은 청년 귀향 창업 사례는 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자료에 따르면 2025년 청년 농촌 창업자는 4,180명으로 전년 대비 23% 증가했다. 하지만 5년 잔존율은 38%에 그친다.
청년 창업자의 폐업 사유로는 ▲ 매출 부진(34.7%) ▲ 자금 부족(23.4%) ▲ 생활 인프라 부족(18.9%) ▲ 외로움·사회적 고립(15.6%) ▲ 가족 반대(7.4%) 순이다. 특히 ‘생활 인프라 부족’과 ’사회적 고립’ 항목은 자금 지원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정재훈 선임연구위원은 “청년 귀향 창업 정책은 자금 지원에 치우쳐 있다. 정작 청년이 가장 어려워하는 것은 ‘시골에서 사는 일상’ — 의료·문화·교육·사회적 관계망의 부재다. 정착 지원 패키지 확대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서울대 지역사회학과 박종철 교수는 “지방소멸은 산업 정책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청년이 시골에서 ’계속 살고 싶다’는 마음을 가질 수 있는 종합적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 김 씨 같은 청년이 지치지 않고 지속할 수 있도록 사회 인프라가 받쳐줘야 한다”고 분석했다.
◇ “내 고향을 살리는 한 잔”
김 씨에게 카페는 단순한 사업이 아니다. 사라지는 고향을 지키는 도구다. 그는 카페 한쪽에 ‘의성 마을 지도’를 걸어놓고, 외지 방문객에게 의성 곳곳의 명소와 농가를 안내한다. 카페에서 차로 10분 거리의 옛 절터, 사과 농장 견학, 농가 체험 프로그램 등을 연결해주는 ’의성 관광 코디네이터’ 역할도 한다.
“내가 카페 한 곳 운영한다고 의성이 살아나는 건 아니다. 하지만 누군가 한 사람이 시작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시작되지 않는다”는 김 씨의 말은 6월 의성의 작은 카페에서 한 잔의 라테보다 더 진한 울림으로 남는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윤지수 연구위원은 “지방소멸을 막는 가장 강력한 힘은 결국 ’돌아온 청년들’이다. 그들이 마을의 활력을 만들고, 또 다른 청년을 끌어들인다. 정부의 정책적 지원과 함께 사회적 응원도 함께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성의 작은 마을에 흰 카페 한 곳이 켜놓은 불빛이, 사라져 가는 한국 지방의 새로운 가능성을 비추고 있다. 6월의 의성, 사과꽃 지고 마늘 수확이 한창인 시기. 그곳에서 한 청년의 도전이 조용히 이어지고 있다.
소상공인포커스 / 이경희 기자 leegh0224@bizfocu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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