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업이 곧 손실이 되는 이유를 통해 현장 리스크와 정책 공백 점검
![]() |
| ▲ 권리금 문제를 개인의 운이 아닌 구조의 문제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사진 = 소상공인포커스 DB) |
“10년을 키운 가게인데, 마지막에 남은 건 빚뿐이었습니다.” 수원에서 분식점을 운영하다 최근 폐업한 한 소상공인의 말이다. 그는 장사를 시작할 때 8,000만 원의 권리금을 주고 들어왔다. 상권이 형성되어 있고 단골이 있는 자리였기 때문이다. 장사가 어려워져 폐업을 결심했을 때 그는 최소한 일부 권리금은 회수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새로운 임차인을 구하지 못했고, 건물주는 계약 만료와 동시에 직접 운영을 선택했다. 그는 권리금을 한 푼도 받지 못한 채 가게를 비웠다.
권리금은 법적으로 명확한 ‘재산권’이면서도, 현실에서는 회수 가능성이 매우 불투명한 자산이다. 권리금은 단순한 웃돈이 아니다. 상권의 형성 가치, 기존 고객 기반, 시설 투자, 입지 프리미엄이 합쳐진 경제적 가치다. 그러나 폐업 시점에 이 가치는 현금화되지 못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현장에서 가장 많이 들리는 말은 이것이다. “들어올 때는 돈이었는데, 나갈 때는 권리가 아니더군요.”
◇ 상권 붕괴와 소비 구조 변화 속 권리금은 ‘거래 불가능 자산’
문제는 구조에 있다. 권리금 회수는 신규 임차인이 존재해야 가능하다. 상권이 침체되면 수요 자체가 사라진다. 신규 창업자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권리금은 사실상 ‘거래 불가능 자산’이 된다. 특히 온라인 소비 확산과 대형 프랜차이즈 진입이 늘어나면서 개인 점포에 대한 신규 진입 수요는 감소하고 있다.
또 다른 구조적 위험은 건물주의 선택권이다. 계약 만료 시점에 건물주가 직접 운영을 하거나, 프랜차이즈와 직거래 계약을 체결하면 기존 임차인의 권리금은 보호받기 어렵다. 법은 ‘권리금 회수 기회 보호’를 규정하지만, 현실에서는 소송 비용과 시간 부담 때문에 다툼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 |
| ▲ 권리금 회수는 신규 임차인이 존재해야 가능하다. 상권이 침체되면 수요 자체가 사라진다. 신규 창업자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권리금은 사실상 ‘거래 불가능 자산’이다. (사진=소상공인포커스 DB) |
서울 동대문에서 의류 매장을 운영했던 한 사장은 이렇게 말했다. “가게를 정리하면서 인테리어 철거 비용까지 제가 부담했습니다. 권리금은커녕 오히려 돈이 더 나갔습니다.”
권리금 문제는 단순히 개인 손실이 아니다. 이는 소상공인 자산 축적 구조의 붕괴다. 많은 자영업자는 노후 대비 대신 ‘가게 권리금’을 일종의 자산으로 인식한다. 매달 저축을 하지 못하더라도, 가게를 유지하면 최소한 권리금은 남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 그러나 상권 붕괴와 소비 구조 변화 속에서 이 기대는 점점 무너지고 있다.
특히 지방 상권에서는 권리금이 거의 형성되지 않는 사례도 늘고 있다. 공실이 늘어나고 신규 창업이 줄어들면서 ‘무권리’ 매물이 증가한다. 기존 상인은 수천만 원을 들여 들어왔지만, 나갈 때는 무권리 조건으로도 인수자를 찾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권리금 회수 불투명성은 세 가지 위험으로 연결된다. 첫째, 폐업 시 부채 상환 재원이 사라진다. 둘째, 재창업 자금이 부족해진다. 셋째, 노후 대비 자산이 붕괴된다. 결국 권리금 미회수는 단순한 계약 문제가 아니라 생애 재무 구조의 손실로 이어진다.
지금 필요한 것은 제도적 보완이다. 첫째, 권리금 거래 정보 공개 시스템이 필요하다. 지역별 평균 권리금 형성 수준과 공실률, 상권 유동 데이터를 통합해 제공해야 한다. 둘째, 폐업 예정 상인을 위한 중개 공공 플랫폼이 필요하다. 일정 기간 동안 공공이 신규 임차인 매칭을 지원하는 구조가 요구된다. 셋째, 건물주의 직접 운영 전환 시 기존 임차인의 시설 투자 비용을 일정 부분 보전하는 장치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제도 이전에 중요한 것은 인식의 변화다. 권리금은 ‘보장된 자산’이 아니다. 시장 상황에 따라 사라질 수 있는 변동 자산이다. 이를 전제로 재무 계획을 세워야 한다. 장사가 유지되는 동안 권리금 상승을 기대하기보다, 현금 저축과 부채 감축을 병행하는 구조가 필요하다.
현장에서 만난 한 소상공인은 마지막으로 이렇게 말했다. “장사가 힘들어도 버틴 이유는 권리금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그게 없어진 순간, 버틸 이유도 사라졌습니다.”
권리금 회수의 불투명성은 단지 계약의 문제가 아니다. 이는 소상공인의 생존 전략과 직결된 문제다. 상권이 변하고 소비가 이동하는 시대에, 권리금이라는 구조적 자산은 점점 더 불안정해지고 있다.
우리는 묻지 않을 수 없다. 폐업 시 권리금이 사라지는 구조 속에서, 소상공인의 자산은 어디에 남는가. 권리금 문제를 개인의 운이 아닌 구조의 문제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소상공인포커스 / 노금종 기자 nkj1966@ilyoweekly.co.kr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의 목소리를 전하는 언론 소상공인포커스에 제보하시면 뉴스가 됩니다.
▷ [전화] 02-862-1888
▷ [메일] biz1966@naver.com
[저작권자ⓒ 소상공인포커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지역/소상공인] 싱푸미엔관, 제주에서 만나는 ‘작은 타이베이’...이국적 식문화 공간](/news/data/20260308/p1065617445638750_628_h2.jpg)
![[지역/소상공인] 제주 동문시장의 숨은 보석, '풍정포차'에서 만난 진짜 중국의 맛](/news/data/20260305/p1065543167466566_795_h2.jpg)
![[지역/소상공인] 기장 연화리 해녀촌, 전복죽과 청정 바다로 완성한 미식·풍경 여행의 정점](/news/data/20260303/p1065594726822085_410_h2.jpg)
![[생존전략] 폐업 위기 속 소상공인, '전략적 공동체'로 체질 개선 나서야](/news/data/20260322/p1065595569391927_827_h2.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