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요금 누진제가 장사를 죽인다”… 여름 앞두고 에너지 비용 공포 확산

이경희 기자 / 기사승인 : 2026-04-16 10:5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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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기요금 누진제, 단계 구간 좁혀져 “기본요금만 올라가도 누진 가능”
▶ 여름 3개월(6~8월) 전기료 청구서 최고 월 1,500만 원대… 년 추정 비용 증가
▶ 냉방이 필수인 카페, 음식점, PC방 “에너지비 = 순이윤의 50% 이상”
▶ “여름이 오는 게 두렵다”… 소상공인들의 에너지 위기 호소
▲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하게 AI(인공지능)가 생성한 이미지입니다. 전기료 고지서로 고민하는 소상공인. (사진 = 제미나이)

 

 

◇ “누진제 단계 좁혀지고 있다”… 기본요금 올라도 누진으로 갈린다
한국의 전기요금 누진제는 ‘그 악명이 자자하다’. 사용량이 많아질수록 단계적으로 요금 단가가 올라가는 구조인데, 이것이 많은 소상공인들의 경영을 위협하고 있다. 더 심각한 것은 누진제 단계 구간이 계속 좁혀지고 있다는 점이다. 2024년에는 누진제 1단계(주택 기준)가 월 100kWh 이하였는데, 2025년부터는 월 85kWh 이하로 줄었다. 2026년부터는 더욱 좁혀질 가능성도 있다.


이는 전기를 많이 사용해야 하는 사업자들에게는 “죽음의 선고”나 마찬가지다. 냉방이 필수인 여름철에는 누진제를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기본요금이 올라도 이제는 누진제 2단계, 3단계로 자동으로 갈린다”고 말하는 것은 서울의 카페 사장 정 모 씨(48)다. “지난해 여름 전기료가 월 950만 원이었는데, 올해는 더 많이 나올 것 같다”며 “기본요금만 10% 올라도, 누진제 때문에 실제로는 20~30% 비용이 증가한다”고 설명했다.


한국전력의 ‘2026년 전기요금 현황’ 자료에 따르면, 현재 누진제 1단계는 이미 거의 의미가 없는 수준이다. 사실상 대부분의 가정과 소형 가게들이 2단계 이상의 누진제를 적용받고 있다.


◇ “여름 3개월 전기료 수천만 원”… 경영을 위협하는 에너지 비용
여름이 다가오면서 전기료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지난해 여름의 전기료 청구서를 보면, 상황의 심각성이 드러난다. 냉방이 필수적인 카페의 경우, 지난해 여름(6월~8월) 3개월 동안의 총 전기료가 평균 2,500만 원~3,000만 원대에 달했다고 한다. 이는 월평균 800만 원~1,000만 원 수준이다. 한 카페의 월 순이윤이 평균 1,500만 원 정도라면, 전기료만으로 순이윤의 60~70%가 소진되는 것이다.


음식점의 경우는 더 심각하다. 조리를 위해 에어컨뿐만 아니라 냉장고, 조리기구 등 여러 전기 기구를 동시에 운영해야 하기 때문이다. 대형 식당의 경우 여름 월 전기료가 1,500만 원을 넘는 경우도 있다.


부산의 한식당 사장 김 모 씨(51)는 “지난해 여름 전기료 청구서를 받고 정신이 아찔했다”며 “월 1,200만 원의 전기료가 나왔는데, 우리 음식점의 월 순이윤이 약 1,500만 원이었다”고 말했다. “즉, 여름 3개월 동안은 그냥 버티는 것일 뿐 이윤이 거의 없다”며 “올해 여름이 오는 게 두렵다”고 한탄했다.

 


▲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하게 AI(인공지능)가 생성한 이미지입니다. 여름 밤 최고조의 전기 수요를 보여주는 상업지구. (사진 = 제미나이)

 


◇ “누진제는 공정한가?”… 누진제 폐지 논의의 역사
누진제를 둘러싼 논쟁은 오래되었다. 환경 단체와 정부는 “누진제가 전기 절약을 유도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소상공인들은 “누진제는 불공정하고, 저소득층과 사업자를 차별한다”고 반박한다.


실제로 누진제의 공정성에 대한 의문은 많다. 같은 양의 전기를 사용해도, 가정은 누진제로 높은 요금을 내고, 대형 기업은 별도의 계약으로 저렴한 요금을 내는 경우도 있다. 또한 냉방이 필수적인 업종(식당, 카페, 호텔 등)과 냉방이 불필요한 업종 간에 형평성이 없다.


“정부는 환경 때문에 누진제가 필요하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소상공인들만 차별하고 있다”고 지적하는 것은 소상공인연합회의 정책위원 박 모 씨(54)다. “누진제를 폐지하거나, 사업자 누진제를 따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회에도 누진제 폐지 법안이 여러 번 제출되었다. 하지만 “환경 보호”라는 명분 앞에서, 법안들은 항상 보류되거나 부결되었다. 최근에도 2025년 말 제출된 “산업용 누진제 폐지안”은 아직 논의 중인 상태다.


◇ “에너지비 절감은 한계”… 소상공인들의 비현실적 요구가 된 “에어컨 사용 자제”
정부가 제시하는 “에너지 절감” 방안은 소상공인들에게 거의 도움이 되지 않는다. 에어컨을 덜 틀 수 없기 때문이다. 카페나 음식점에서 냉방을 하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 고객들이 떠난다. 시원한 실내 환경은 이제 기본 서비스 수준이다. 여름에 에어컨이 없는 카페나 음식점은 경쟁력이 전혀 없다.


“우리는 에어컨을 덜 사용해서 에너지를 절감할 수 없다”고 말하는 것은 대구의 커피숍 사장 이 모 씨(45)다. “그러면 고객들이 안 온다”며 “정부가 ’에어컨 사용을 자제하라’는 것은 비현실적이다”고 지적했다. PC방이나 노래방 같은 업종은 더욱 심각하다. 밀폐된 공간에서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기 때문에, 냉방은 필수를 넘어 위생 문제가 되기도 한다.


◇ “누진제 개혁이나 지원금 확대”… 산업현장의 절박한 요구
현장에서 요구하는 것은 명확하다. 누진제 개혁이나, 최소한 소상공인을 위한 전기요금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올해 “소상공인 에너지 비용 지원 사업”을 확대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지원 규모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 현장의 평가다. 지원 대상도 매우 제한적이어서, 대부분의 소상공인이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에너지 지원금 신청했는데, 월 100만 원 한 번만 지원해준다고 한다”고 한탄하는 것은 서울의 노래방 사장 정 모 씨(49)다. “우리는 여름 3개월 동안 월 1,500만 원을 넘는 전기료를 내는데, 100만 원의 일회성 지원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전문가들은 누진제의 근본적 개혁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의 정책 분석 책임자 김 모 박사(52)는 “누진제는 환경 보호의 명목 아래 소상공인과 저소득층에 대한 차별 정책이 되었다”며 “선진국들도 누진제를 점차 폐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도 누진제 개혁을 통해 공정한 에너지 정책으로 전환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소상공인포커스 / 이경희 기자 leegh0224@bizfocu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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