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 분석] 에어컨 켤수록 적자… 6월 전기요금 폭탄에 카페·식당 ‘냉방 딜레마’

이경희 기자 / 기사승인 : 2026-06-08 11:4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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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전, 6월 1일부로 일반용 전기요금 ㎾h당 8.5원 인상… 음식점·카페 월평균 14만 원 추가 부담
▶ 카페·식당 여름철 전기요금 지난해 대비 평균 27% 증가 전망, 일부 점포는 월 80만 원 넘어
▶ 자영업자 65.4% “냉방 시간 줄이거나 설정 온도 28도 이상으로 조정”… 매출 동반 하락 우려
▶ ‘소상공인 에너지 바우처’ 신청률 18.7%로 저조, 실효성 있는 에너지 지원책 부재
▲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하게 AI(인공지능)가 생성한 이미지입니다. 전기요금 부담에 에어컨 설정 온도를 두고 고민하는 카페 사장. (사진 = 제미나이)

 

 

◇ “냉방 끄면 손님이 끊긴다, 켜면 적자다”
서울 마포구 연남동에서 30평 규모 카페를 운영하는 임모 씨(34)는 6월 전기요금 고지서를 받고 한숨을 쉬었다. 5월 한 달 전기요금만 47만 원. 7~8월 본격 냉방기 가동이 시작되면 80만 원을 훌쩍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손님들은 더우면 1시간도 못 앉아 있다가 나가고, 에어컨 세게 틀면 전기요금이 무서워서 잠이 안 온다. 진퇴양난”이라는 임 씨는 결국 에어컨 설정 온도를 26도에서 28도로 올리고, 천장 선풍기를 추가로 가동하는 ’하이브리드 냉방’을 시도 중이다.


한국전력공사는 6월 1일부로 일반용 전기요금을 ㎾h당 8.5원 인상했다. 산업용은 10.2원 인상이다. 한전 측은 “한전의 누적 적자 해소와 안정적 전력공급을 위한 불가피한 조정”이라고 설명했지만, 자영업 현장은 직격탄을 맞았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 5월 음식점·카페업 사업자 1,25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름철 에너지 비용 부담 조사’에 따르면, 응답 사업자의 평균 6~8월 전기요금은 지난해 대비 27.3%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월평균 전기요금 추가 부담액은 14만 원에 달한다.


◇ ’냉방 시간 단축’에 매출 동반 하락
전기요금 부담이 가중되면서 자영업자들은 다양한 자구책을 모색하고 있다. 소상공인연합회의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5.4%가 “냉방 시간을 줄이거나 설정 온도를 28도 이상으로 조정하겠다”고 답했다. 33.7%는 “낮 시간 영업을 단축하겠다”, 21.2%는 “냉방을 일부 구역만 가동하겠다”고 응답했다.


하지만 냉방 조정은 매출 하락으로 직결된다. 특히 더위에 민감한 카페, 베이커리, 미용실 등은 고객 체류시간 감소로 객단가가 떨어지는 문제가 발생한다. 한국외식업중앙회의 분석에 따르면 실내 온도를 1도 올릴 때 카페 고객 평균 체류시간은 18분에서 11분으로 39% 감소한다.


부산 중구에서 베이커리를 운영하는 한모 씨(41)는 “에어컨 켜는 시간을 줄였더니 손님들이 빵만 사 가지고 바로 나간다. 음료 매출이 30% 가까이 줄었다”며 “여름 매출이 본래 비수기인데 더 떨어질까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 ‘에너지 바우처’ 있지만 신청률 저조
정부도 손을 놓고 있지는 않다. 산업통상자원부와 중소벤처기업부는 지난 4월 ‘소상공인 에너지 바우처’ 사업을 발표했다. 연매출 4억 원 이하 소상공인에게 여름철(6~9월) 전기요금의 일부를 바우처 형태로 지원하는 제도다. 1인당 최대 25만 원까지 지원받을 수 있다.


하지만 신청률은 저조하다. 중소벤처기업부 자료에 따르면 5월 말 기준 신청률은 18.7%에 불과하다. 신청 절차의 복잡성과 홍보 부족이 원인으로 꼽힌다. 신청을 위해서는 사업자등록증, 매출 증빙, 전기요금 고지서 등 5종의 서류를 갖춰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누리집을 통해 접수해야 한다.


서울 강동구에서 분식집을 운영하는 윤모 씨(56)는 “그런 제도가 있다는 걸 어제 처음 알았다. 우리 같은 사람들은 컴퓨터로 신청하는 것 자체가 어렵다”며 “동주민센터에서도 받을 수 있게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에너지 효율 개선이 근본 해법
전문가들은 단기적 보조금 지원을 넘어, 소상공인 점포의 에너지 효율을 근본적으로 개선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한국에너지공단 분석에 따르면 10년 이상 사용한 노후 에어컨은 신형 인버터 에어컨 대비 전력 소비량이 평균 38% 많다. 단열재 보강, 창호 교체, LED 조명 전환만으로도 점포 전기요금을 20~30% 절감할 수 있다.


서울에너지공사 박지영 연구위원은 “소상공인 점포의 평균 단열 성능은 가정 대비 60% 수준에 불과하다. 단열 개선, 고효율 냉방기 교체, 에너지 관리시스템(EMS) 도입 등 종합적인 에너지 효율화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김현철 연구위원은 “기후위기로 폭염이 일상화되면서 자영업의 냉방비 부담은 매년 가중될 수밖에 없다. 일시적 바우처 지원보다는 노후 점포 에너지 리모델링 사업 확대, 고효율 가전 교체 보조 등 구조적 대응이 효과적”이라고 제언했다.


결국 6월 전기요금 인상은 단순한 가격 변동의 문제가 아니다. 기후위기 시대 자영업의 생존 비용이 본질적으로 달라지고 있다는 신호다. 에어컨을 켜야 살고, 켜면 적자가 나는 모순 속에서, 자영업자들의 여름은 점점 더 가혹해지고 있다.


 

소상공인포커스 / 이경희 기자 leegh0224@bizfocu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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