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 분석] 장마철에도 멈추지 않는 배달 라이더… 폭우 속 6시간 동행 르포

이지원 기자 / 기사승인 : 2026-06-30 13:2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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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마철 배달 라이더 운행 중 부상 사고 평균 40% 증가, 평균 휴식 시간은 30% 감소
▶ 비 오는 날 라이더 수입 평균 15% 증가, 그러나 단가 인상은 11%에 그쳐… 위험 보상 부족
▶ 6시간 동행 결과 — 배달 22건 완료, 운행 거리 87km, 실수령 15만 8,000원(평균 시급 2만 6,000원)
▶ 라이더 산재보험 가입률 23%, 자영업 형태 라이더 80% 사회보험 사각지대
▲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하게 AI(인공지능)가 생성한 이미지입니다. 폭우 속에서도 배달을 멈추지 않는 도시의 배달 라이더. (사진 = 제미나이)

 

 

◇ 오후 5시, 빗줄기 굵어지는 한강로
6월 26일 오후 5시 12분, 서울 용산구 한강로. 빗줄기는 시간당 38mm로 굵어지고 있었다. 우비와 방수 헬멧을 갖춘 배달 라이더 김상우 씨(38)는 오토바이에 시동을 걸었다. “비 오는 날은 단가가 평소보다 30~50% 높아진다. 위험하긴 하지만, 한 달 매출의 큰 부분이 장마철에서 나온다”는 그의 설명이다. 김 씨는 2018년부터 8년째 배달 라이더로 일하고 있다. 평균 일 수입 12만~18만 원, 월 수입 320만~420만 원이다.


이날 기자가 동행한 6시간(오후 5시~밤 11시) 동안 김 씨가 완료한 배달은 총 22건. 운행 거리 87km, 평균 배달당 단가 7,200원이었다. 6시간 총 매출은 약 15만 8,000원, 시간당 평균 2만 6,000원이다. 평소 시급(맑은 날 평균 1만 9,000원)보다 37% 높았다. 하지만 이 시급이 곧 순이익은 아니다. 오토바이 유지비, 보험료, 통신비, 의류·헬멧 등을 빼면 시급은 1만 8,000원 수준으로 줄어든다는 게 김 씨의 설명이다.

 

◇ 빗속 90km/h, ‘한순간이면 끝’
오후 6시 47분, 김 씨는 마포대교를 건너 합정동으로 향했다. 빗줄기는 더 굵어지고, 도로는 미끄러웠다. 김 씨의 속도계는 시속 88km를 가리키고 있었다. “비 오는 날은 정말 위험하다. 한순간 미끄러지면 끝이다. 그래도 빨리 가야 한다. 한 건이라도 더 해야 하니까”라는 그의 말은 한국 배달 라이더의 현실을 압축한다.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의 ’2025년 배달 라이더 산재 실태조사’에 따르면 장마철(6~7월) 라이더 운행 중 사고 발생률은 평년 대비 평균 40% 증가한다. 사망 사고도 평소 월 18건에서 장마철에는 28건으로 늘어난다.


그럼에도 라이더들은 비 오는 날 운행을 멈출 수 없다. 비 오는 날의 높은 단가가 곧 그들의 월 수입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한국라이더유니온 김민우 사무국장은 “라이더의 위험 보상 체계가 불공정하다. 비 오는 날 단가가 평소보다 30~50% 높지만, 실제 위험은 3~5배 높다. 비대칭 구조다”라고 지적했다.


◇ 산재보험 가입률 23%, 사각지대의 노동
배달 라이더의 또 다른 큰 문제는 사회보험 사각지대다. 고용노동부 자료에 따르면 2025년 기준 배달 라이더의 산재보험 가입률은 23.4%에 불과하다. 80% 가까이가 사고 시 보상받을 수 없는 상황에서 일하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라이더의 ‘특수형태근로종사자’ 또는 ‘자영업자’ 신분이다. 배달 플랫폼과 라이더는 근로계약을 맺지 않고, 위탁계약 형태로 일한다. 산재보험 가입은 의무가 아니라 선택이다. 라이더 본인이 매월 일정 금액(평균 월 4만~7만 원)을 부담해야 한다. “산재보험 가입했지만, 한 달에 한 번씩 가입금 빠지는 것도 부담된다. 동료 중에는 가입 안 한 사람이 더 많다”는 김 씨의 말이다.

 

지난해 9월 서울 송파구에서 빗길에 미끄러져 사망한 30대 라이더의 경우, 산재보험 미가입 상태였다. 유족이 받은 보상은 배달 플랫폼이 가입한 단체 사고보험으로부터 800만 원이 전부였다. 일반 직장인 산재 사망 보상금(평균 1억 8,000만 원)의 4.4% 수준이다.


◇ 휴식 없는 시간, 화장실도 어렵다
6시간 동행 동안 김 씨는 단 한 번도 식사를 하지 않았다. 한 번 5분간 편의점에서 음료수를 사 마신 게 휴식의 전부였다. 화장실도 손님 픽업 시 가게 화장실을 잠깐 빌리는 것 외에 가지 못했다. “바쁠 때는 5시간 동안 화장실 한 번 못 가는 날도 있다. 비 오는 날은 더 그렇다. 잠깐 쉬면 그만큼 매출이 줄기 때문”이라는 그의 말이다.


한국라이더유니온의 조사에 따르면 라이더의 평균 일 노동시간은 10.4시간이지만, 휴식 시간은 평균 22분에 불과하다. 식사 시간은 평균 18분으로 거의 ’먹는 척 하는 수준’이다.

 

 

▲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하게 AI(인공지능)가 생성한 이미지입니다. 폭우 속에서 음식을 손님에게 전달하는 배달 라이더. (사진 = 제미나이)



◇ 밤 10시 47분, “오늘은 그래도 큰 사고 없었다”
밤 10시 47분, 김 씨는 그날의 마지막 배달을 완료했다. 동작구 사당동에서 강남구 역삼동까지, 25분의 운행이었다. 그가 도착한 강남구의 한 오피스텔 앞, 손님은 배달이 늦었다며 한 마디 했다. “비 오는 날인데도 빨리 좀 와주세요.” 김 씨는 미소로 응대했다. “네, 감사합니다.” 그리고 다시 오토바이에 올랐다. 그날의 마지막 배달이었다.

 

오후 5시부터 밤 11시까지 6시간 동안, 그는 22건의 배달을 완료했다. 운행 거리 87km, 실수령 15만 8,000원. 평균 시급 2만 6,000원이었다. 하지만 그가 거친 위험은 그 시급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은 듯했다. “오늘은 그래도 큰 사고 없이 마무리했다. 다행이다”라는 그의 말이 무겁게 들렸다.


◇ 라이더의 권리, ’직업’으로 인정받는 길
전문가들은 배달 라이더의 권리 보장이 한국 노동시장의 시급한 과제라고 입을 모은다. 한국노동연구원 박정현 선임연구위원은 “배달 라이더는 한국 노동시장에서 가장 빠르게 증가하는 직군이지만, 가장 보호받지 못하는 직군이기도 하다. 산재보험 의무화, 단가 산정 기준 표준화, 휴식 시간 보장 등 종합적 노동권 보장 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신현주 연구위원은 “배달 라이더 문제는 단순한 처우 개선이 아니라 한국 플랫폼 노동의 미래를 결정짓는 문제다. 라이더가 안전하고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져야, 배달 산업 자체의 지속가능성도 담보된다”고 분석했다.


서울시 노동정책관 정태수 과장은 “서울시는 2026년부터 라이더 휴식 공간 ‘SOS 쉼터’ 50곳을 시내 주요 거점에 설치한다. 비·눈·폭염을 피해 잠시 쉬고, 화장실·식사·충전이 가능한 공간이다. 라이더의 노동 환경 개선을 위한 작은 시작”이라고 안내했다.


◇ “도시가 굴러가는 이유, 그 안에 우리가 있다”
밤 11시 12분, 김 씨와의 동행을 마치며 마지막 인사를 나눴다. 그는 헬멧을 벗고 잠시 빗방울이 흩날리는 거리를 바라봤다. “비 오는 날, 사람들이 따뜻한 음식을 먹을 수 있는 건 우리가 비 맞고 다니기 때문이다. 도시가 굴러가는 이유 안에 우리가 있다. 그것만큼은 알아줬으면 좋겠다”는 그의 한 마디.


6월 장마철, 도시 곳곳을 누비는 수십만 명의 배달 라이더들. 그들의 우비 안에는 한국 도시 노동의 현재이자 미래가 담겨 있다. 그 우비가 좀 더 두꺼워지고, 그 길이 좀 더 안전해질 수 있기를. 비 그치는 새벽, 한 라이더와의 동행은 그런 작은 바람을 남기며 끝났다.

 

 

소상공인포커스 / 이지원 기자 leejy0501@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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