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취재] 위기의 제주 상권…관광 1300만에도 자영업 폐업 급증

김영란 기자 / 기사승인 : 2026-01-02 16:5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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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광객 늘었는데 장사는 더 안 된다…제주 상권 이상 신호
- 관광 의존 경제의 한계…무너지는 상권

▲ 제주시 주요 상권에서는 불이 켜진 점포보다 꺼진 점포를 찾는 것이 더 쉽다.(사진 = 김영란 기자 / 소상공인포커스 DB)


❝ 장사 시작한 지 3년째인데 매달 적자입니다. 이제는 버티는 게 한계예요. ❞
— 제주시 이도동 음식점 운영자 김모 씨 (54)

 

2025년 12월 31일, 제주. 연말 특수를 기대해야 할 시점이지만, 현장의 온도는 정반대다. 제주시 주요 상권에서는 불이 켜진 점포보다 꺼진 점포를 찾는 것이 더 쉽다. ‘임대 문의’ 문구는 일시적인 공실이 아니라 구조적 변화를 알리는 신호로 읽힌다.


겉으로 보이는 수치와 실제 체감 사이의 간극은 점점 벌어지고 있다. 관광객 수는 여전히 1,300만 명을 유지하고 있지만, 지역 상권은 빠르게 약화되고 있다. 이 괴리는 단순한 경기 변동이 아니라 경제 구조의 균열에서 비롯된 현상이다.

 

▲ 제주 소상공인 폐업 경영 실태 지표(표=소상공인포커스)


관광은 유지되지만, 소비는 무너졌다
제주신용보증재단 자료는 그 변화를 명확히 보여준다. 보증 이용 사업자 기준 폐업은 2020년 618곳에서 2023년 1,706곳으로 급증했다. 증가 속도는 단기간의 충격이라기보다 누적된 압력이 한꺼번에 분출된 결과에 가깝다. 2024년에도 이 흐름은 이어지며, 폐업은 예외가 아닌 상수로 자리 잡고 있다.


자영업의 생존 구조 역시 근본적으로 취약하다. 국세청 통계 기준 5년 생존율은 40% 수준에 머문다. 특히 숙박과 음식업은 창업 이후 3년을 넘기지 못하는 비율이 절반을 넘어선다. 창업이 기회라기보다 고위험 진입이 된 구조다.


문제는 폐업 이후다. 평균 1억 원 내외의 부채와 추가 비용이 발생하면서 시장 이탈은 곧 경제적 재기 불능 상태로 이어진다. 이는 단순히 사업 하나가 사라지는 문제가 아니라 개인의 경제 기반이 함께 붕괴되는 구조다.


관광 산업도 더 이상 안전판이 아니다. 연간 관광객 수는 유지되고 있지만, 핵심인 내국인 관광객은 3년 연속 감소세다. 특히 2025년 12월에는 감소폭이 확대되며 소비 위축이 본격화됐다. 면세점 매출 급감은 소비 구조 자체가 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방문은 유지되지만 지출은 줄어드는, 이른바 ‘저소비 관광’이 고착화되고 있다.

 

▲ 국세청 통계 기준 5년 생존율은 40% 수준에 머문다. 특히 숙박과 음식업은 창업 이후 3년을 넘기지 못하는 비율이 절반을 넘어선다. (사진 = 김영란 기자 / 소상공인포커스 DB)


재료값에, 수수료에, 월세에 다 뜯기고 나면 내 손에 남는 게 없어요. 22년을 버텼는데 빚만 남겼습니다.  ❞

— 전 음식점 운영자 박모 씨 (58) · 이도동 22년

 

숙박업은 이러한 변화의 충격을 가장 먼저 받았다. 이미 시장은 수요를 초과한 공급 상태에 진입했다. 전체 객실 중 절반 이상이 구조적으로 과잉 상태로 평가되며, 체류기간 단축까지 겹치면서 객실 회전율과 수익성이 동시에 하락하고 있다. 과거 호황기에 확대된 공급이 현재는 리스크로 전환된 대표적 사례다.

 

수익 구조의 붕괴는 업종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음식업은 원재료비 상승과 플랫폼 수수료 부담이 동시에 작용하며 매출 증가가 이익으로 이어지지 않는 구조에 갇혀 있다. 소매업은 이커머스 확산으로 소비 기반을 빠르게 잠식당하고 있다. 결국 대부분 업종에서 ‘매출은 있지만 이익이 없는’ 상태가 반복되고 있다.


정책은 있지만, 현장에는 닿지 않는다
이 모든 현상의 근저에는 제주 경제의 구조적 특성이 자리한다. 관광에 대한 과도한 의존, 제한된 산업 기반, 외부 변수에 취약한 경제 구조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건설업과 서비스업 고용 감소는 소비 축소로 이어지고, 이는 다시 자영업 위축으로 연결되는 악순환을 형성한다.


정책 대응 역시 구조적 한계를 드러낸다. 다양한 지원 제도가 마련되어 있음에도 실제 활용률은 낮다. 상당수 사업자가 지원 정보를 인지하지 못하거나 접근 과정에서 탈락한다. 이는 정책의 부족이 아니라 전달 체계의 실패로 해석된다.

 

▲ 음식업은 원재료비 상승과 플랫폼 수수료 부담이 동시에 작용하며 매출 증가가 이익으로 이어지지 않는 구조에 갇혀 있다. (사진 = 김영란 기자 / 소상공인포커스 DB)


해법은 ‘축소·전환·재진입’에 있다

전문가들은 현재의 위기를 단순한 경기 대응으로 해결할 수 없다고 본다. 필요한 것은 구조를 바꾸는 접근이다.


첫 번째는 ‘과잉 공급의 축소’다. 특히 숙박업과 외식업은 이미 수요를 넘어선 상태다. 신규 진입을 줄이고, 경쟁력이 낮은 사업체의 업종 전환을 유도하는 정책이 병행되어야 한다. 단순 지원이 아니라 ‘시장 정리’가 필요한 단계다.


두 번째는 ‘수익 구조 전환’이다. 관광객 수 확대 중심 전략에서 벗어나 체류형 소비, 지역 상권 연계 소비로 전환해야 한다. 외국인 관광객 증가가 실제 골목상권 매출로 이어지도록 소비 동선을 재설계하는 것이 핵심이다.


세 번째는 ‘디지털 대응 강화’다. 배달 플랫폼과 이커머스를 위협이 아닌 도구로 전환할 수 있도록 소상공인 대상 실질적인 교육과 비용 지원이 필요하다. 단순 홍보가 아닌 매출로 연결되는 구조 설계가 요구된다.


네 번째는 ‘재진입 가능한 생태계 구축’이다. 폐업 이후 채무 조정, 재취업, 재창업까지 연결되는 원스톱 시스템이 필요하다. 현재처럼 폐업이 곧 경제적 퇴출로 이어지는 구조에서는 창업 자체가 위축될 수밖에 없다.


마지막으로 ‘정책 전달 방식의 혁신’이 요구된다. 지원 제도의 양보다 중요한 것은 접근성이다. 찾아가는 상담, 자동 매칭 시스템 등 현장 중심 전달 체계로 전환하지 않으면 정책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 제주는 관광객 수 유지라는 외형적 안정성과 달리, 소비 감소·공급 과잉·금융 부담이 동시에 작용하며 경제의 기초 체력이 약화되고 있다. (사진 = 김영란 기자 / 소상공인포커스 DB)
 

현재 제주에서 진행되는 변화는 단순한 침체 국면이 아니다. 관광객 수 유지라는 외형적 안정성과 달리, 소비 감소·공급 과잉·금융 부담이 동시에 작용하며 경제의 기초 체력이 약화되고 있다. 이는 회복이 아닌 재편의 단계에 가까운 흐름이다.


결국 이 위기는 개인의 선택이나 노력의 문제가 아니다. 구조가 만든 결과다. 시장의 방향이 바뀌었음에도 공급은 줄지 않았고, 정책은 현장에 닿지 못했다. 그 사이에서 소상공인이 가장 먼저 무너지고 있다.


지금 제주에 필요한 것은 단순한 지원 확대가 아니다. 구조를 줄이고, 방향을 바꾸고, 다시 설 수 있게 만드는 것. 그 세 가지가 동시에 작동할 때만 이 위기는 멈출 수 있다. 그리고 그 변화는 지금,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단계에 와 있다.

 

 

소상공인포커스 / 김영란 기자 supute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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