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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산업단지공단은 EU 공급망 실사 규제 등 강화되는 무역 장벽에 대응하기 위해, 기초 컨설팅부터 온실가스 인벤토리 구축, ISO 인증 지원까지 아우르는 '2025 산업단지 ESG 지원사업'을 7월부터 본격 가동했다.(사진=한국산업단지공단) |
한국 산업 정책을 논의할 때 가장 먼저 등장하는 개념은 기업 지원이다. 정부는 중소기업 지원 정책을 운영하고 연구개발 지원 사업을 확대하며 수출 지원 프로그램을 마련해 왔다. 정책은 기업 활동에 일정한 도움을 주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산업 정책의 본질을 생각해 보면 단순한 지원 정책만으로 산업 경쟁력이 형성되는 것은 아니다. 산업 경쟁력은 기업 지원이 아니라 산업 구조 속에서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산업 구조는 기업이 시장에서 어떤 위치를 차지하는지를 결정하는 틀이라고 할 수 있다. 기업이 어떤 공급망에 참여하는지, 어떤 방식으로 시장과 연결되는지, 그리고 어떤 구조 속에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는지가 산업 구조에 의해 결정된다. 산업 구조가 형성되지 않는다면 기업 지원 정책은 단기적인 효과를 가질 수는 있지만 산업 전체의 경쟁력을 변화시키기는 어렵다.
한국 제조업은 세계적으로 높은 기술 경쟁력을 보유한 산업 가운데 하나로 평가된다. 반도체 산업과 자동차 산업, 전자 산업 등 여러 분야에서 한국 기업들은 글로벌 시장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산업 성과는 오랜 기간 기술 축적과 생산 능력 발전을 통해 형성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산업 경쟁력은 대부분 대기업 중심 구조에서 형성된 경우가 많다. 중소 제조 기업의 경우 상황은 조금 다르다. 많은 중소기업이 글로벌 공급망에 참여하고 있지만 브랜드와 시장을 직접 지배하는 구조를 갖추지 못한 경우가 많다. 생산 기술과 품질 경쟁력은 충분하지만 가격 결정권을 확보하기 어려운 구조 속에서 경쟁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한국 제조업의 특징 가운데 하나인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과 ODM(제조업자개발생산) 방식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OEM과 ODM 방식은 글로벌 브랜드와 협력 관계를 형성하고 생산 기술을 축적하는 데에는 매우 효율적인 구조다. 실제로 많은 한국 제조 기업들이 이러한 방식으로 세계 시장에 참여해 왔다.
그러나 이 구조에는 분명한 한계도 존재한다. OEM과 ODM 구조에서는 브랜드 기업이 시장과 가격을 결정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생산 기업은 기술과 품질 경쟁력을 통해 공급망에 참여할 수는 있지만 시장 구조를 직접 설계하기는 어렵다. 결국 산업 구조 속에서 기업이 차지하는 위치는 공급망의 생산 파트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다.
오늘날 제조업 경쟁력은 단순히 생산 기술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글로벌 산업 구조는 이미 복잡한 공급망 네트워크로 형성되어 있으며 기업은 이러한 공급망 속에서 특정한 역할을 수행하며 경쟁력을 확보한다. 원재료 공급 기업, 부품 생산 기업, 조립 기업, 브랜드 기업 등 다양한 단계가 존재하며 각 단계에서 기업의 역할과 경쟁 방식이 달라진다.
특히 글로벌 브랜드 기업은 제품 기획과 마케팅, 시장 전략을 중심으로 산업 구조를 설계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으며 생산 기업은 제조 기술과 품질 경쟁력을 기반으로 공급망에 참여하는 구조를 형성한다. 이러한 구조 속에서 기업이 어떤 위치를 차지하는지가 산업 경쟁력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
글로벌 산업 구조를 보면 단순한 생산 능력만으로 시장 지배력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생산 기술은 산업 경쟁력의 중요한 요소이지만 시장을 설계하는 기업과 공급망에 참여하는 기업 사이에는 분명한 역할 차이가 존재한다. 전자 산업과 자동차 산업, 섬유 산업 등 대부분의 제조업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특징이다.
대구 섬유 산업은 한국 제조업 구조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사례가 된다. 대구는 오랜 기간 한국 섬유 산업의 중심 지역으로 성장해 왔으며 섬유 생산과 염색, 가공 기술이 축적된 산업 생태계를 형성해 왔다. 특히 염색 산업은 섬유 산업에서 핵심적인 공정으로 평가된다. 원단의 품질과 색상 안정성은 염색 공정에서 결정되는 경우가 많으며 기술은 오랜 경험과 기술 축적을 통해 형성된다.
대구 염색 산업단지에는 이러한 기술을 기반으로 성장한 기업들이 존재한다. 그 가운데 하나가 우일염직이다. 우일염직은 대구 서구 염색공단에 위치한 섬유 염색 가공 기업으로 오랜 기간 기술을 축적하며 글로벌 브랜드와 협력 관계를 유지해 온 기업 가운데 하나로 알려져 있다.
우일염직을 이끌고 있는 박종철 대표이사는 대구 섬유 산업 현장에서 오랜 기간 기업 경영을 이어 온 경영인이다. 그는 염색 산업이 단순한 가공 공정이 아니라 섬유 산업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기술 영역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기업의 기술 경쟁력 유지에 지속적으로 노력해 온 것으로 평가된다.
섬유 산업에서 염색 공정은 단순한 생산 과정이 아니라 제품 품질을 결정하는 중요한 단계다. 색상 안정성과 품질 균일성은 글로벌 브랜드가 공급망을 선택할 때 중요한 기준이 된다. 이러한 기술은 단기간에 형성되는 것이 아니라 오랜 기간 현장에서 축적되는 경험과 기술 투자를 통해 발전한다.
우일염직은 이러한 기술 축적을 기반으로 글로벌 브랜드와 협력 관계를 유지하며 안정적인 생산 구조를 구축해 왔다. OEM과 ODM 방식으로 글로벌 브랜드와 협력하는 구조는 한국 제조업이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유지해 온 중요한 방식 가운데 하나다.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방식은 글로벌 산업에서 매우 일반적인 생산 구조다. 브랜드 기업이 제품 기획과 마케팅을 담당하고 생산 기업이 제조를 담당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생산 기업에게 안정적인 주문을 제공한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생산 기업은 브랜드 기업의 주문을 기반으로 생산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에 비교적 안정적인 생산 환경을 확보할 수 있다.
그러나 분명한 한계도 존재한다. OEM 구조에서는 브랜드 기업이 시장 전략과 가격 정책을 결정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생산 기업은 기술과 품질 경쟁력을 통해 공급망에 참여할 수는 있지만 시장을 직접 지배하는 위치에 서기는 어렵다. 결국 생산 기업은 납품 가격을 기준으로 경쟁하게 되며 시장 가격을 직접 결정하기는 어려운 구조 속에 놓이게 된다. 단순히 기업 전략의 문제가 아니라 산업 구조의 문제이기도 하다. 산업 구조 속에서 브랜드 기업과 생산 기업이 담당하는 역할이 명확하게 구분되어 있기 때문에 생산 기업이 시장 지배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생산 능력을 넘어 산업 구조 속에서의 위치를 변화시키는 전략이 필요하다.
본 사례는 한국 제조업이 가진 가능성을 동시에 보여 준다. 생산 기술과 품질 경쟁력은 이미 세계 시장에서 인정받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기술이 산업 구조의 변화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정책과 시장 구조가 함께 설계되어야 한다.
대만 산업 정책은 이러한 점에서 중요한 비교 사례가 된다. 대만은 중소기업을 단순히 지원 대상으로 보지 않았다. 대신 산업 생태계 속에서 중소기업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어떤 방식으로 글로벌 공급망에 참여할 수 있는지를 정책적으로 설계했다. 산업 클러스터와 공급망 네트워크를 중심으로 운영되었으며 기업 지원 정책과 산업 전략이 함께 설계되는 구조를 형성했다.
대만 산업 정책의 특징은 산업 구조를 장기적인 관점에서 설계한다는 점이다. 중소기업이 글로벌 시장에 참여할 수 있는 경로를 정책적으로 만들고 산업 네트워크 속에서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방식이다.단순한 기업 지원 정책과는 분명한 차이를 가진다.
한국 산업 정책 역시 이제는 전략적 방향을 고민할 시점에 와 있다. 기업 지원 정책은 여전히 필요하다. 그러나 산업 경쟁력을 결정하는 것은 지원의 규모가 아니라 산업 구조다. 기업이 어떤 시장에 참여하고 어떤 공급망 속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는지가 산업의 미래를 결정한다.
대구 섬유 산업과 우일염직의 사례는 모범적 경영의 미래를 보여 준다. 기술을 축적한 기업은 존재하지만 그 기술이 산업 구조의 변화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정책과 시장 환경이 함께 움직여야 한다.
글로벌 산업 구조를 보면 기술 경쟁력이 높은 기업이라 하더라도 공급망 구조 속에서 제한된 역할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다. 생산 기업은 높은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브랜드 기업이 설계한 시장 구조 속에서 활동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즉 기업의 생산 능력이 산업 경쟁력으로 이어지기 어렵다. 결국 산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산업 구조 자체의 변화가 필요하다.
기업이 어떤 위치를 차지하는지가 산업의 부가가치 구조를 결정하게 된다. 결국 산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기술 개발 정책뿐 아니라 기업이 참여하는 산업 구조 자체를 함께 고려하는 접근 방식이 필요하다.
산업 정책 역시 단순한 기업 지원 정책을 넘어 산업 구조를 설계하는 정책으로 발전할 필요가 있다. 기업이 글로벌 공급망 속에서 어떤 역할을 수행하고 어떤 방식으로 시장에 접근할 수 있는지를 정책적으로 설계하는 것이 산업 경쟁력을 강화하는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다.
한국 제조업은 이미 세계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기술과 경험을 축적해 왔다. 이제 필요한 것은 그 기술을 기반으로 산업 구조를 다시 설계하는 일이다. 기업이 어떤 시장에 참여하고 어떤 공급망 속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는지가 산업의 미래를 결정한다.될 때 비로소 한국 제조업의 경쟁력은 새로운 단계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소상공인포커스 / 김경훈 대기자 kkh4290@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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