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분석] 건강기능식품은 과학인가, 신뢰 상품인가

서영현 기자 / 기사승인 : 2025-12-09 14:5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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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증과 소비 사이에서 형성된 또 하나의 시장, 그리고 기준의 문제
영역별 기능의 명확한 구분과 경계 확립 절실... '설명 중심'에서 '기술 중심'으로
▲ 건강기능식품 산업이 객관적 '과학'과 주관적 '신뢰' 사이의 모호한 경계에서 작동하며, 데이터보다 설명 방식이 구매를 결정하는 독특한 소비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치료(의약품), 보조(영양제), 체감(기능성)의 영역이 혼재된 시장에서 소비자가 '성분'이 아닌 '믿음'을 구매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산업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 데이터 기반의 객관적 검증 체계로 전환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사진은 'Hi Korea 2025' 개최 모습으로,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참고 이미지입니다.(사진=Hi-Korea)

 

 

건강기능식품 시장을 이해하려면 하나의 질문으로 돌아가야 한다. 이 제품들은 과학인가, 아니면 신뢰를 기반으로 판매되는 소비 상품인가라는 질문이다. 이 질문은 단순한 개념 구분을 넘어 산업의 방향을 결정하는 기준으로 작용한다.


과학을 기반으로 하는 산업이라면 기준은 분명하다. 성분의 작용은 실험과 임상을 통해 검증되어야 하고 동일한 조건에서 반복 가능한 결과가 도출되어야 하며, 효과는 개인의 느낌이 아니라 데이터로 설명되어야 한다. 연구 결과는 공개되고 재현 가능해야 하며 이러한 조건이 충족될 때 산업은 기술을 중심으로 축적된다. 그러나 실제 시장에서 나타나는 소비의 흐름은 이와 다른 방향을 보인다. 소비자는 성분과 함량보다 설명과 전달 방식을 먼저 접하게 되며, 누가 이야기하는가가 무엇이 들어 있는가보다 더 중요한 기준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 영상과 후기, 체험 중심의 콘텐츠가 구매를 결정하는 핵심 요소로 작동하면서 제품은 점점 기능이 아니라 이야기와 이미지로 소비된다.

 

◆ 글로벌 스탠더드와 국내 시장의 간극... 미국·유럽의 엄격한 효능 규제 사례


같은 제품을 섭취하더라도 결과는 개인마다 다르게 나타난다. 어떤 사람은 효과를 체감했다고 말하고 다른 사람은 아무런 변화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한다. 이러한 차이는 과학적으로 정리되지 않은 채 개인의 경험으로 남게 되고, 소비자는 검증된 결과를 구매하기보다 자신이 기대하는 결과를 선택하는 방향으로 이동한다. 가격 구조 또한 이 흐름을 반영한다. 성분이 유사한 제품이라도 가격 차이는 크게 벌어질 수 있으며, 그 차이는 제조 기술보다는 설명의 영향력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특정 전문가나 인지도가 높은 인물이 참여한 제품은 더 높은 가격을 형성하고 소비자는 이를 기능의 차이가 아니라 신뢰의 차이로 인식하게 된다.


시장 경쟁의 기준 역시 변화하고 있으며 기능을 개선하는 연구개발보다 어떻게 전달하고 설득할 것인가가 더 중요한 요소로 작동한다. 노출과 메시지가 기술보다 앞서는 구조가 형성되면서 산업의 중심은 점차 기술에서 설명으로 이동하고 있다. 판매 주체 또한 기업 중심에서 개인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으며 의료나 건강 분야에서 인지도를 확보한 인물들이 자신의 이름을 기반으로 제품을 출시하고 신뢰를 직접 형성한다. 이 과정에서 소비자는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선택하는 방식으로 행동하게 된다.


여기서 반드시 구분해야 할 기준이 존재한다. 건강기능식품을 둘러싼 기능의 영역은 하나가 아니라는 점이다. 현재 시장에서는 치료, 건강 유지, 그리고 체감 중심 기능이 명확하게 구분되지 않은 채 혼재되어 있으나 이 세 영역은 전혀 다른 개념이며 동일한 기준으로 설명될 수 없다. 질병 치료는 의약품의 영역에 속하며 감기약이나 항생제처럼 특정 질환에 대해 명확한 작용 기전과 임상적 효과가 검증되어야 하고 그 결과는 누구에게나 일정 수준에서 재현 가능해야 한다. 반면 비타민이나 미네랄과 같은 건강기능식품은 치료가 아니라 보조의 영역에 속하며 부족한 영양을 보충하거나 신체 기능을 유지하는 역할을 수행할 뿐 특정 질환을 직접적으로 치료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

 

 

▲ TFWA 세계면세박람회에 참가한 KGC인삼공사의 정관장 부스.(사진=KGC인삼공사 제공)

 


여기에 면역력 강화, 피로 회복, 집중력 개선, 심리 안정과 같은 기능이 포함되는 또 다른 영역이 존재한다. 이 영역은 일부 과학적 근거가 존재하더라도 개인의 상태와 환경에 따라 체감 차이가 크게 나타나며 객관적인 결과보다 주관적 경험이 더 크게 작용한다. 예를 들어 비타민은 결핍 상태에서는 효과를 설명할 수 있으나 정상 상태에서는 추가 섭취 효과가 제한적으로 나타난다. 반면 감기약은 증상 완화라는 목적이 명확하며 작용 기전 또한 분명하게 규정되어 있어 이 두 영역은 동일한 기준으로 비교될 수 없다.


문제는 이러한 경계가 시장에서 흐려지고 있다는 점이다. 건강기능식품이 치료 효과를 연상시키는 방식으로 설명되거나 체감 중심 기능이 과학적 효과처럼 전달되면서 소비자는 기능의 범위를 정확히 구분하기 어려워진다. 그 결과 소비자는 치료와 보조, 체감 기능을 구분하지 못한 채 하나의 기대 안에서 제품을 선택하게 되고 시장의 기준은 데이터가 아니라 기대와 신뢰로 이동하게 된다. 이 변화는 단순한 소비 방식의 변화가 아니라 기준의 이동을 의미한다. 과학 기반 시장에서는 데이터가 기준으로 작동하지만 현재 시장에서는 설명과 신뢰가 기준으로 작동하고 있으며 검증보다 노출이 결과보다 메시지가 먼저 작용하는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

 

이 산업이 지속적인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방향이 분명해야 한다. 건강기능식품은 과학적 논증과 검증 가능한 형태를 기준으로 재정립되어야 하며 기능성 원료는 임상 데이터를 통해 검증되고 그 결과는 누구나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효과는 체감이 아니라 객관적 지표로 제시되어야 하고 제품 간 비교 역시 동일한 기준 위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해외 시장에서는 이러한 기준이 점차 강화되고 있으며 미국과 유럽은 기능성 표시와 관련된 규제를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제품이 주장하는 효능에 대해 일정 수준 이상의 과학적 근거를 요구하고 있다. 데이터가 없는 기능은 시장에서 유지되기 어렵고 신뢰는 설명이 아니라 검증을 통해 형성된다.


국내 시장은 아직 과도기적 단계에 머물러 있다. 제도는 존재하지만 소비는 설명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으며 기준은 존재하지만 실제 선택 과정에서는 충분히 작동하지 않는다. 이 간극이 클수록 시장은 기술보다 이미지에 의존하게 된다. 결국 핵심은 무엇을 만들 것인가가 아니라 무엇을 기준으로 선택하게 만들 것인가에 있다. 데이터가 기준이 되면 산업은 기술 중심으로 정리되고 신뢰가 기준이 되면 산업은 설명 중심으로 확장된다. 현재 시장은 이 두 방향 사이에서 균형을 찾지 못한 상태로 존재하고 있다.


건강기능식품은 더 이상 단순한 식품으로 설명될 수 없다. 이 산업은 기능을 판매하는 시장이 아니라 신뢰가 어떻게 형성되고 소비되는지를 보여주는 구조로 이해되어야 하며 소비자는 제품이 아니라 설명을 비교하고 그 속에서 신뢰를 선택한다. 따라서 건강기능식품의 본질은 무엇을 먹는가가 아니라 무엇을 믿는가에 있으며, 그 믿음이 데이터 위에 형성되는지 아니면 설명 위에 형성되는지에 따라 이 산업의 미래는 완전히 달라진다.

 

 

소상공인포커스 / 서영현 기자 93olivi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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