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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늘날 건강기능식품 시장은 과학적 용어로 포장되어 있으나, 실상은 데이터보다 '누가 설명하는가'라는 신뢰와 노출 빈도에 의해 소비가 결정되는 구조적 모순을 안고 있다. 대만, 일본, 싱가포르 등 아시아 주요국들이 산학 협력을 통해 '데이터 축'을 구축하며 신뢰의 한계를 보완하는 반면, 한국은 이러한 실증적 연결 고리가 상대적으로 약해 산업의 지속 가능성을 위한 데이터 중심 구조로의 전환이 시급한 시점이다.(사진=cphikorea) |
건강기능식품 시장은 과학의 언어를 사용한다. 면역, 염증, 대사와 같은 용어는 모두 생리학적 개념에 기반을 두고 있으며, 표면적으로 보면 이 산업은 과학적 설명 위에서 작동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실제 소비가 이루어지는 구조를 들여다보면 전혀 다른 방향이 나타난다. 소비자는 데이터를 비교하여 선택하기보다, 누가 설명하는지, 얼마나 자주 보았는지, 그리고 얼마나 쉽게 이해되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하는 경우가 훨씬 많다. 이 구조는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아시아 주요 시장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나며, 오히려 더 명확하게 드러난다.
대만의 건강기능식품 시장은 대표적인 사례다. 대만은 건강식품 소비가 일상화된 국가이며, 특히 중장년층을 중심으로 반복 소비 구조가 형성되어 있다. 이 시장에서는 방송과 라이브 커머스가 중요한 유통 채널로 작동하며, 전문가로 소개된 인물과 체험 중심 콘텐츠가 결합되어 소비를 이끈다. 이 과정에서 제품의 기능은 과학적 데이터보다 설명과 노출을 통해 전달되는 경우가 많다. 소비자는 성분보다 전달자의 신뢰와 반복된 메시지를 기준으로 판단하게 된다.
◆ 한국 건기식 시장의 아킬레스건, 팽창하는 외형 대비 빈약한 ‘학문적 연결 고리’
그러나 동시에 대만은 또 다른 흐름을 가지고 있다. 일부 대학, 특히 약학대학과 식품 관련 연구기관을 중심으로 건강식품의 기능을 실증적으로 검증하려는 산학 협력 모델이 확대되고 있다. 특정 원료에 대한 인체 적용 연구, 장기 섭취에 따른 변화 추적, 생체 지표 분석과 같은 방식으로 데이터 기반 접근이 이루어지며, 기업과 대학이 공동으로 연구를 수행하는 구조가 점차 형성되고 있다. 즉, 시장은 여전히 신뢰 중심으로 움직이지만, 그 한계를 보완하기 위한 데이터 축적 흐름이 병행되고 있는 것이다.
일본은 이보다 더 체계적인 구조를 보여준다. 일본은 기능성 표시 식품 제도를 통해 일정 수준 이상의 과학적 근거를 요구하며, 이 과정에서 대학 연구기관과 기업 간 협업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특히 약학대학과 의과대학, 식품과학 연구소가 참여하는 공동 연구를 통해 특정 성분의 기능과 안전성을 검증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기능성 표시가 이루어진다.
이 구조의 특징은 명확하다. 기능을 먼저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데이터를 먼저 확보하고 그 이후에 기능을 표시하는 방식이다. 물론 시장 전체가 이 기준으로만 움직이는 것은 아니지만, 최소한 “데이터 기반 제품군”이 별도의 축으로 존재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소비자는 모든 제품을 임상 데이터로 판단하지는 않지만, 일정 수준 이상의 기준이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가 시장의 신뢰 구조를 안정시키는 역할을 한다.
싱가포르는 더 명확한 방향성을 보여준다. 싱가포르는 바이오·헬스 산업을 국가 전략 산업으로 설정하면서, 대학과 연구기관 중심의 데이터 기반 건강식품 개발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국립대학과 연구소를 중심으로 기능성 원료의 작용 기전 분석, 임상 기반 검증, 개인 맞춤형 영양 연구가 동시에 진행되며, 기업은 이 연구 결과를 기반으로 제품을 개발하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점은 단순한 제품 개발이 아니라 데이터의 축적이다. 특정 성분이 어떤 조건에서 어떤 방식으로 작용하는지에 대한 연구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지며, 그 결과는 산업의 기준으로 연결된다. 즉, 싱가포르는 건강기능식품을 소비재가 아니라 데이터 기반 헬스케어 산업의 일부로 접근하고 있다.
이 세 국가를 비교하면 하나의 중요한 차이가 드러난다. 시장은 모두 신뢰와 노출 구조 위에서 움직이지만, 동시에 그 구조를 보완하기 위한 “데이터 축”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대학과 연구기관, 특히 약학대학을 중심으로 한 산학 협력은 이 데이터 축을 만들어내는 핵심 장치다.
반면 한국 시장은 이 연결 구조가 상대적으로 약하다. 기능성 원료에 대한 제도적 기준은 존재하지만, 대학 연구와 산업이 지속적으로 연결되어 데이터가 축적되는 구조는 충분히 형성되지 못했다. 그 결과 시장은 설명과 신뢰를 중심으로 빠르게 확장되지만, 그 신뢰를 검증할 데이터는 충분히 축적되지 않는 상태가 지속된다.
결국 구조의 차이는 여기에서 발생한다. 해외 일부 시장은 신뢰 중심 소비 구조를 완전히 제거하지는 못했지만, 최소한 이를 보완하는 데이터 기반 시스템을 병행하고 있다. 반면 데이터 축이 약한 시장에서는 신뢰 구조가 그대로 시장 전체를 지배하게 된다.
이 차이는 단순한 산업 구조의 문제가 아니다. 건강기능식품은 인체 기능과 연결된 선택이기 때문에, 데이터가 부족한 상태에서 형성된 신뢰는 소비를 넘어 건강 판단 자체에 영향을 줄 수 있다. 특정 제품에 대한 과도한 기대가 생활 습관 개선을 대체하거나, 필요한 의료적 판단을 지연시키는 상황은 충분히 현실적으로 발생할 수 있다.
특히 예방의학 영역에서는 이 문제가 더 중요하다. 예방은 결과가 즉각적으로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소비자는 설명과 기대에 더 크게 의존하게 된다. 따라서 이 영역은 원래 더 높은 수준의 과학적 기준이 필요하지만, 현실에서는 오히려 신뢰 구조에 더 크게 영향을 받는다.
결국 핵심은 신뢰와 데이터의 균형이다. 신뢰는 소비를 움직이는 힘이지만, 데이터는 산업을 지속 가능하게 만드는 기준이다. 이 둘이 균형을 이루지 못하면 시장은 빠르게 성장할 수는 있지만, 구조적으로 취약한 상태를 벗어나기 어렵다.
현재 건강기능식품 시장은 그 균형점 위에 서 있다. 신뢰 중심 구조를 유지할 것인지, 아니면 데이터 기반 구조로 이동할 것인지에 따라 산업의 방향은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그리고 바로 이 지점에서 마지막 질문이 남는다. 이 시장을 데이터 중심 구조로 전환하는 것은 가능한가
소상공인포커스 / 서영현 기자 93olivi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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