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3세 김상만 장인, 여름 매출 감소 극복 위해 ‘수박·복숭아 얼음빙수’와 ’옥수수 찐빵’ 신메뉴 개발
▶ 새 메뉴 도입 후 여름 매출 220% 증가, 30년 노포가 여름 명물로 변신
▶ 청년 사업가와 협업한 신메뉴 개발, 세대 협력의 자영업 모델로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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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하게 AI(인공지능)가 생성한 이미지입니다. 겨울 붕어빵 장인이 여름에는 얼음빙수를 만들어 파는 노점 풍경. (사진 = 제미나이) |
◇ “겨울에는 붕어빵, 여름에는 뭐 팔지?”
서울 은평구 갈현동 좁은 골목의 한 모퉁이. 폭 3m, 깊이 2m의 작은 노점에서 김상만 씨(63)는 얼음 기계를 돌리고 있었다. 그의 손에서 얼음이 눈꽃처럼 흩날려 스테인리스 대접에 담겼다. 위에 수박 조각과 자체 만든 팥, 연유가 얹혀졌다. “이거 우리 며느리 아이디어야. 붕어빵만 팔 때는 여름 세 달 굶어야 했는데, 이 얼음빙수 팔면서부터는 여름도 벌이가 된다”는 그의 웃음이다.
김 씨는 1996년 서른셋 나이에 이 자리에서 붕어빵 노점을 시작했다. 벌써 30년째다. 겨울철(10월~3월)이 성수기지만, 여름철(4~9월)에는 매출이 급감해 생계가 어려웠다. 특히 폭염이 심해진 최근 몇 년은 여름 3개월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였다.
전환점은 2024년 여름. 며느리 최민지 씨(32)의 제안이었다. IT 회사에 다니는 며느리가 시아버지에게 “얼음빙수랑 옥수수 찐빵을 여름에 팔아보시라”고 권했다. 처음엔 반신반의했지만, 며느리가 재료 매입, 조리법 정리, 소셜미디어 홍보까지 도와주면서 시도가 성공했다.
◇ 여름 매출 220% 증가
김 씨의 노점은 2024년 여름부터 얼음빙수와 옥수수 찐빵을 추가 판매하기 시작했다. 얼음빙수는 3,000원, 5,000원 두 종류. 옥수수 찐빵은 1개 1,500원, 3개 4,000원. 결과는 놀라웠다. 2024년 6~8월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68% 증가했다.
2025년에는 220% 증가로 격차가 더 커졌다. 2026년 6월은 전년 같은 달 대비 47% 추가 성장 중이다. 여름철 하루 매출이 15만~20만 원에서 60만~80만 원으로 4배 증가했다. “연 매출 3,000만 원이던 노점이 이제 5,600만 원까지 늘었다. 며느리 아이디어 하나가 노년을 살렸다”는 김 씨의 감사다.
◇ 세대 협력의 힘 … 시아버지의 손맛 + 며느리의 아이디어
김 씨의 성공 사례는 ‘세대 협력’ 자영업 모델의 한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시아버지의 30년 손맛·단골 자산과 며느리의 아이디어·마케팅·디지털 역량이 결합돼 시너지를 낸 것이다. 며느리 최민지 씨는 결혼 후 시아버지의 노점을 여러 번 방문하면서 “이 자리, 이 손맛이면 여름에도 벌이가 가능하다”는 가능성을 봤다. 그는 자신의 IT 지식을 활용해 인스타그램 계정을 만들고, 카카오톡 채널을 열어 단골 마케팅을 시작했다.
인스타그램에 올린 얼음빙수 콘텐츠 중 하나는 조회 12만 회를 기록했고, 그 후로 젊은 손님들이 골목까지 찾아왔다. 30년 노점의 손님 구성이 60대 위주에서 20~40대까지 확대됐다. “시아버지의 30년은 그 자체로 브랜드다. 나는 그 브랜드를 젊은 세대에 소개하는 통역사 역할을 한다”는 최 씨의 자부심이다.
◇ ‘노점의 노년’, 자영업 시니어의 새로운 가능성
한국고령사회연구원 정재웅 소장은 김 씨 같은 사례를 ’자영업 시니어의 새 활로’로 평가한다. “60~70대 자영업자의 상당수가 트렌드 변화·디지털 격차로 매출 감소를 겪는다. 김 씨의 사례는 시니어의 노하우와 젊은 세대의 역량이 결합될 때 새로운 매출 지평이 열린다는 것을 보여준다.”
한국자영업연구소 이지연 부소장은 “60대 이상 자영업자의 폐업률이 급증하는 시대에, 김 씨 같은 세대 협력 모델은 폐업 위기 자영업자에게 대안이 될 수 있다. 자녀·며느리·사위 등 가족과의 세대 협력이 자영업 지속 가능성의 새 축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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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하게 AI(인공지능)가 생성한 이미지입니다. 시아버지와 며느리가 함께 젊은 손님에게 얼음빙수를 건네는 노점 풍경. (사진 = 제미나이) |
◇ “겨울까지 남은 3개월, 이번 여름이 진짜 승부”
김 씨의 여름 변신기는 계속 진행 중이다. 2026년 여름 목표는 하루 매출 100만 원. 이미 7월 초 성과를 보면 목표 달성 가능성이 높다. 김 씨는 며느리와 함께 새로운 메뉴도 준비 중이다. ’옥수수 찐빵의 새 맛(치즈·팥·크림치즈)’과 ’얼음빙수 프리미엄 라인(제철 과일 다양화)’을 8월부터 도입할 계획이다.
“63세에 새 메뉴 배우는 게 쉽지 않지만, 며느리가 하나하나 알려주면 배울 수 있다. 나이 든 자영업자도 변화하면 산다”는 김 씨의 다짐이다.
◇ 자영업 세대교체, 어떻게 이어질까
전문가들은 김 씨 같은 사례가 자영업 세대교체의 이상적 모델이라고 평가한다. 서울대 노년학과 정재영 교수는 “한국 자영업의 큰 문제 중 하나는 세대교체의 부재다. 60~70대 자영업자가 은퇴·폐업하면 그 노하우와 자산이 함께 사라진다. 세대 협력을 통한 점진적 승계가 자영업 노하우 보존의 유력한 방안”이라고 지적했다.
자영업 세대교체는 개인 노력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정부·지자체 차원의 세대 협력 자영업 지원 프로그램, 자녀·며느리 창업 승계 세제 혜택, 세대 협력 매칭 서비스 등 체계적 지원이 필요하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지난 6월 ’자영업 세대 협력·승계 지원 사업’을 시범 도입했다. 60세 이상 자영업자와 자녀·가족 승계를 준비 중인 사례를 대상으로 사업 계획 수립, 세제 상담, 승계 컨설팅 등을 지원한다.
한여름 폭염 속 서울 은평구 골목. 60대 시아버지와 30대 며느리가 함께 만들어 파는 얼음빙수. 그 얼음빙수 한 대접 안에는 30년 노포의 뚝심과 신세대의 감각이 함께 녹아 있다. ’나이 든 자영업’과 ’젊은 자영업’의 이 아름다운 협력이, 한국 자영업의 미래 모델이 될 수 있을지 — 김 씨의 여름은 그 답을 조용히 만들어가고 있다.
소상공인포커스 / 이경희 기자 leegh0224@bizfocu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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