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 분석] 간편결제 수수료의 함정… 카카오페이·제로페이·토스, 소상공인에게 정말 유리한가

김영란 기자 / 기사승인 : 2026-05-15 17: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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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간편결제 가맹점 수수료율 0.5~1.5%, 그러나 부가 수수료·정산 지연 등 ‘보이지 않는 비용’ 존재
▶ 제로페이 이용률 2024년 대비 18% 감소… “혜택 줄자 소비자도 외면”
▶ 카카오페이·토스 등 민간 플랫폼, 마케팅 수수료·광고비 별도 부과 구조
▶ 전문가 “수수료율만 비교하면 안 돼… 총비용 관점에서 결제 수단 선택해야”
▲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하게 AI(인공지능)가 생성한 이미지입니다. 서울 마포구의 한 소규모 음식점에서 사장이 여러 결제 단말기를 확인하고 있다. (사진 = 제미나이)

 

 

◇ “수수료 0%라더니… 왜 통장에 들어오는 돈이 다를까”
서울 성동구에서 분식집을 운영하는 김모 씨(54)는 지난해 초 제로페이와 카카오페이 가맹점에 동시에 가입했다. 정부가 영세 소상공인의 결제 수수료 부담을 줄여주겠다는 취지로 제로페이 수수료를 사실상 면제해주고, 카카오페이 역시 연 매출 3억 원 이하 가맹점에 대해 우대 수수료율 0.5%를 적용한다고 홍보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막상 6개월을 운영해보니 김 씨의 체감은 달랐다.


“제로페이는 수수료가 없다고 해서 가입했는데, 막상 쓰는 손님이 거의 없어요. 한 달에 제로페이로 결제하는 건수가 열 건도 안 됩니다. 카카오페이는 손님이 많이 쓰긴 하는데, 수수료 외에 ‘스마트 주문’ 수수료가 따로 붙고, 정산이 이틀 뒤에 들어오니까 자금 흐름이 꼬이더라고요.” 김 씨의 사례는 예외가 아니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2026년 3월 발표한 ’소상공인 결제 환경 실태조사’에 따르면, 간편결제를 도입한 소상공인의 47.3%가 “기대했던 것보다 비용 절감 효과가 적다”고 응답했다. 더 주목할 만한 것은 응답자의 22.8%가 “오히려 총비용이 증가했다”고 답한 점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괴리의 원인으로 ’보이지 않는 비용’을 지적한다. 결제 수수료율 자체는 신용카드(평균 1.8~2.3%)보다 낮지만, 정산 지연에 따른 기회비용, 부가 서비스 이용료, 플랫폼 내 광고비, 단말기 임대료 등을 합산하면 실제 부담은 크게 다를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 금융정책연구팀 이정호 연구위원은 “간편결제 수수료율은 표면적인 수치일 뿐”이라며 “소상공인이 실제로 부담하는 총비용(TCO)을 기준으로 결제 수단을 비교해야 하는데, 현재 정부 정책은 수수료율 인하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어 현장과 괴리가 있다”고 분석했다.


◇ 제로페이, 이용률 하락의 악순환
제로페이는 2019년 도입 당시 “소상공인의 결제 수수료 부담을 획기적으로 줄이겠다”는 취지로 시작됐다. 연 매출 8억 원 이하 가맹점은 수수료가 0%이고, 8억 원 초과 가맹점도 0.3%에 불과하다. 단순히 수수료율만 놓고 보면 소상공인에게 가장 유리한 결제 수단임이 분명하다.


문제는 소비자 이용률이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2025년 제로페이 월평균 결제 건수는 약 1,840만 건으로, 전년 대비 18.2% 감소했다. 같은 기간 카카오페이의 월평균 오프라인 결제 건수가 2억 3,000만 건, 토스의 오프라인 결제가 1억 8,500만 건인 것과 비교하면 격차가 뚜렷하다.


경기도 수원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박모 씨(41)는 “제로페이 가맹점 스티커를 문에 붙여뒀는데, 1년 넘게 제로페이로 결제하겠다는 손님을 한 번도 못 봤다”며 “수수료가 아무리 낮아도 손님이 안 쓰면 의미가 없다”고 토로했다.


제로페이 이용률이 떨어지는 원인은 복합적이다. 첫째, 소비자 혜택이 줄었다. 초기에는 지방자치단체들이 제로페이 이용 시 10~20%의 소득공제 혜택을 제공했으나, 재정 부담으로 인해 혜택이 축소되었다. 둘째, 결제 편의성이 민간 플랫폼에 비해 떨어진다. 카카오페이나 토스는 QR코드 스캔 없이도 NFC나 바코드로 빠르게 결제할 수 있지만, 제로페이는 여전히 QR코드 스캔 방식에 의존하고 있다. 셋째, 포인트 적립이나 할인 쿠폰 등 부가 혜택이 부족하다.


대한상공회의소 유통물류진흥원 관계자는 “제로페이의 정책적 취지는 좋지만, 소비자가 외면하는 결제 수단은 결국 가맹점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수수료 제로라는 장점을 살리면서도 소비자 편의성과 혜택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하게 AI(인공지능)가 생성한 이미지입니다. 소상공인 매장에 설치된 다양한 간편결제 단말기들. 수수료 구조가 제각각이어서 비교가 쉽지 않다. (사진 = 제미나이)

 


◇ 민간 플랫폼의 ‘숨은 비용’… 마케팅비·광고비·스마트 주문 수수료
카카오페이, 토스, 네이버페이 등 민간 간편결제 플랫폼의 결제 수수료율은 연 매출 규모에 따라 0.5~1.5% 수준이다. 신용카드 수수료(영세 가맹점 기준 0.5%, 일반 가맹점 1.5~2.3%)와 비교하면 비슷하거나 약간 낮은 수준이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결제 수수료 외의 부가 비용이 적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스마트 주문’ 또는 ‘테이블 오더’ 수수료다. 카카오페이의 ‘주문하기’ 서비스는 건당 중개 수수료 5.5~6.8%를 부과한다. 토스의 주문 서비스 역시 유사한 수준의 수수료를 적용한다. 이는 배달 앱 수수료(7~15%)보다는 낮지만, 매장 내 직접 주문에 대해 부과되는 비용이라는 점에서 소상공인들의 불만이 크다.


서울 강남구에서 베이커리를 운영하는 최모 씨(38)는 “카카오 채널을 통한 주문이 늘면서 매출은 올랐는데, 중개 수수료를 빼고 나면 마진이 별로 안 남아요. 특히 저가 메뉴 위주로 팔리다 보니 건당 수수료 부담이 체감상 더 크게 느껴집니다”라고 말했다.


플랫폼 내 광고비도 무시할 수 없는 비용이다. 카카오페이 내 ‘가맹점 추천’ 상위 노출을 위해서는 월 5만~30만 원의 광고비를 별도로 지불해야 한다. 토스도 유사한 형태의 광고 상품을 운영하고 있다. 광고를 하지 않으면 플랫폼 내에서 노출 순위가 밀려 신규 고객 유입이 어렵다는 것이 현장의 목소리다.


정산 주기도 중요한 변수다. 신용카드의 경우 가맹점 매출 대금이 결제 후 2~3영업일 이내에 정산되지만, 일부 간편결제 플랫폼은 정산 주기가 3~5영업일로 더 길다. 월 매출 3,000만 원인 가맹점의 경우, 정산이 2일만 늦어져도 약 200만 원의 운전자금이 묶이는 셈이다. 이로 인한 기회비용이나 단기 차입 이자까지 고려하면 실질적인 비용 부담은 더 커진다.


소상공인연합회 정책실 관계자는 “간편결제 플랫폼들이 결제 수수료는 낮추면서도 부가 서비스 수수료, 광고비 등으로 수익을 보전하는 구조”라며 “소상공인들이 겉으로 드러난 수수료율에만 현혹되지 않고, 실제 총비용을 따져볼 수 있도록 정보 공개가 투명하게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 현금 결제 비중 감소… 소상공인이 선택할 수 있는 최적의 조합은
한국은행에 따르면 2025년 민간소비에서 현금 결제 비중은 11.2%로, 2020년(26.4%)의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카드와 간편결제를 합친 전자결제 비중이 88.8%에 달하면서, 소상공인에게 결제 수수료는 이제 고정비용의 하나로 자리 잡았다. 이런 환경에서 소상공인이 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전략은 ’결제 수단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것이다. 즉, 단일 결제 수단에 의존하지 않고, 매출 규모와 고객 특성에 맞는 최적의 조합을 찾는 것이다.

 

서울시 소상공인지원센터에서 결제 컨설팅을 담당하는 오정민 상담사는 “연 매출 3억 원 이하 영세 가맹점의 경우 신용카드 우대 수수료(0.5%)와 제로페이(0%)를 기본으로 하고, 카카오페이·토스 등 민간 플랫폼은 집객 효과가 확실한 경우에만 선택적으로 도입하라”고 조언한다. 그는 또 “연 매출 3억~10억 원 구간의 가맹점은 신용카드 수수료가 1.1~1.4%로 올라가기 때문에, 간편결제 플랫폼의 우대 수수료(0.5~1.0%)가 실질적인 절감 효과가 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결제 수단을 여러 개 운영하면 관리 부담이 늘어나는 것도 현실이다. 각각의 정산 주기가 다르고, 매출 집계를 통합하기 어려우며, 세금 신고 시에도 복잡해진다. 이에 최근에는 여러 결제 수단의 매출을 통합 관리해주는 POS 시스템이나 매출 관리 앱이 주목받고 있다.


◇ 정부 정책의 방향성… “수수료 인하 넘어 구조적 지원으로”
정부는 2026년에도 소상공인 결제 수수료 부담 경감을 핵심 정책으로 추진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지난 4월 ’소상공인 결제 환경 개선 종합대책’을 발표하며, 영세 가맹점 신용카드 수수료 우대 대상을 연 매출 3억 원에서 5억 원으로 확대하고, 간편결제 플랫폼에 대해서도 ’소상공인 우대 수수료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수수료율 인하에만 초점을 맞추는 정책이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고려대 경영학과 이상훈 교수는 “수수료율을 낮추는 것도 중요하지만, 소상공인이 결제 수단별 실제 비용을 쉽게 비교할 수 있는 ’총비용 공시 제도’를 도입하고, 정산 주기를 단축하며, 통합 정산 시스템을 지원하는 등 구조적인 개선이 병행되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결국 소상공인에게 간편결제가 진정한 혜택이 되려면, 단순한 수수료율 비교를 넘어 총비용 관점에서의 투명한 정보 제공, 소비자 이용률 제고를 위한 혜택 확대, 정산 주기 단축 등 종합적인 개선이 필요하다. 수수료 ’0%’라는 숫자에 현혹되기보다는, 자신의 가게에 맞는 결제 수단을 냉정하게 분석하고 선택하는 소상공인의 현명한 판단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소상공인포커스 / 김영란 기자 supute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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