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匠人 줌인] “동네 빵집은 문화입니다”… 프랜차이즈 틈바구니에서 10년 버틴 장인 베이커리 이야기

김영란 기자 / 기사승인 : 2026-04-30 15:4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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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랜차이즈 커피 전문점 5곳이 이 동네에 들어왔지만, 여전히 이 베이커리만 매일 손님이 줄을 선다
▶ 월 평균 매출 2,800만 원… 프랜차이즈 분점 평균 월 2,100만 원보다 높음에도 불구하고
▶ 단골 비율이 80% 이상… “단골이란 동네 문화다”라는 사장의 철학을 구현
▶ “7시마다 문을 열고 기다리는 할머니”, “아침 8시 정확히 오는 회사원”… 사람과의 관계가 경제다
▲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하게 AI(인공지능)가 생성한 이미지입니다. 안색구 동네 베이커리 사장 “빵을 팔지만, 사실 우리가 파는 건 공동체입니다”. (사진 = 제미나이)

 

 

◇ 매일 5시 반, “반죽의 시간”
서울 강서구 화곡동의 작은 골목에 자리한 “이상현 베이커리”는 매일 오전 5시 반에 불이 켜진다. 사장 이상현(68세)이 반죽을 시작하는 시간이다. 40년 베이커 경력의 그의 손길은 자동화되어 있다. 밀가루, 설탕, 소금, 효모, 물을 정확한 비율로 섞고, 손으로 반죽하고, 온도를 맞추고… 이 모든 과정이 거의 의식처럼 진행된다.


“5시 반에 반죽을 하면, 6시에 1차 발효가 끝나고, 6시 30분에 모양을 만들고, 7시에 2차 발효를 들어갑니다. 정확히 7시 45분이 되면 오븐에 들어가고, 8시에는 이미 따뜻한 빵들이 모여 있습니다”라고 이 사장은 설명했다.


매일 같은 시간에 같은 과정을 반복하는 것이 베이커 이상현의 철학이다. “손님들도 이걸 알아요. 그래서 정확히 7시에 오는 사람, 8시에 오는 사람들이 있는 거예요. 우리는 그 시간에 따뜻한 빵을 기다리고 있습니다”라고 그는 웃음지었다.


◇ “오전 7시의 할머니”, “오전 8시 정확히의 회사원”… 공동체의 형성
이 베이커리의 가장 오래된 단골은 74세의 할머니 박금순(74세) 씨다. “정확히 10년 동안 매일 아침 7시에 와요. 주말도 없고요”라고 이 사장은 말했다. 박 할머니는 왜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이 아니라 이 베이커리에 올까? “이 할머니는 우리가 파는 빵을 사러 오는 게 아니라, 이상현 사장님을 만나러 오는 거예요. ‘요즘 어때?’, ’손주는?’이라고 물어보고, 얘기를 나누다 가십니다. 그게 이 할머니의 아침 루틴이에요”라고 이 사장의 아들 이준호(41세) 씨는 설명했다.


또 다른 단골은 42세의 회사원 최동현 씨다. 회사에 가기 전에 정확히 오전 8시에 이 베이커리에 온다. “아침밥 대신 따뜻한 단팥빵 하나와 커피를 마십니다. 10년을 그렇게 했어요”라고 최 씨는 말했다. 이렇게 매일 반복되는 만남들이 모여서 ’공동체’를 형성한다. 이 베이커리에는 항상 2~3명의 단골들이 앉아 있고, 서로 인사를 나누고, 때로는 함께 앉아 이야기를 나눈다. “우리 가게는 빵집이면서 동시에 카페이면서 동시에 커뮤니티 센터예요”라고 이 사장은 표현했다.

 

◇ 프랜차이즈 커피 체인들의 등장… “우리는 왜 살아남았는가”
지난 10년간 이 동네에는 극적인 변화가 있었다. 2016년만 해도 이 거리에 프랜차이즈는 하나도 없었다. 하지만 2018년에 첫 커피 체인점이 들어왔고, 그 이후 5곳의 프랜차이즈 커피 전문점이 들어섰다. “처음엔 공포였어요. 우리는 50평 남짓한 조그만 빵집인데, 그들은 수백 개 지점을 가진 대기업이잖아요. 가격도 싸고, 브랜드도 있고, 마케팅도 잘하고”라고 이 사장은 회상했다.


하지만 놀랍게도 이 베이커리는 살아남았다. 오히려 번영했다. 월매출이 2,000만 원대에서 2,800만 원대로 증가했다. 반면 프랜차이즈 커피 체인의 월평균 매출은 2,100만 원대로, 오히려 더 낮았다. “가능한 이유가 뭔가요?”라는 질문에 이 사장은 이렇게 답했다: “우리는 ’커피 한 잔’을 파는 게 아니고, ’만남’을 팝니다. 프랜차이즈는 ’상품’을 팔지만, 우리는 ’관계’를 팝니다. 그리고 관계는 돈으로 살 수 없어요.”

 


▲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하게 AI(인공지능)가 생성한 이미지입니다. 베이커리에서 단골들이 모여 담소를 나누고 있다. 이곳은 빵집이면서 동시에 공동체의 장이다. (사진 = 제미나이)

 


◇ “한 번 오신 분은 손님, 두 번 오신 분은 친구”
이 베이커리의 단골 비율은 80% 이상이다. 이는 일반 카페나 빵집(평균 40~50%)의 거의 2배 수준이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이 사장의 철학 때문이다. “손님을 대할 때, 나는 늘 이렇게 생각해요: ’한 번 오신 분은 손님, 두 번 오신 분은 친구, 세 번 이상 오신 분은 가족’이라고요. 사람들이 다시 올 수 있게 대우하면, 자연스럽게 단골이 되는 거예요”라고 이 사장은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그것은 어떻게 구현될까? 첫째, 이름을 기억한다. “처음 오신 분이 두 번째 올 때, ’어제 왔던 분 맞죠? 이번엔 뭘 드릴까요?’라고 물어봅니다. 사람들은 이렇게 자신을 기억하는 곳에 다시 옵니다”라고 그는 설명했다.


둘째, 친정성이 있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조금 묵은 빵은 절대 팔지 않아요. 그리고 단골 분들에게는 가끔 ’이 빵은 이새 구웠으니까 특별히 드리세요’라며 덤을 주곤 합니다. 이게 신뢰를 만들어요”라고 했다.


셋째, 개인적 관심을 보인다. “손님들이 이야기한 얘기들을 기억해요. ‘아, 그 손녀분은 잘 지내세요?’, ’그 발 다친 것 좀 나았어요?’라고 다음번에 물어봅니다. 사람들은 이런 관심에 감동합니다”라고 그는 말했다.


◇ 단골 80%, 월매출 2,800만 원… 경제학으로 분석한다면
경제학적으로 분석하면 이 베이커리의 성공은 당연하다. 먼저, 재방문율이 극도로 높으므로 마케팅 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다. 프랜차이즈 커피 체인의 월 광고비용이 평균 1,000만 원인 반면, 이 베이커리는 월 100만 원 미만이다. 둘째, 재고 손실이 적다. 매일 정해진 양을 정해진 시간에 구우므로 남는 빵이 거의 없다. 반면 프랜차이즈 체인은 일일 폐기량이 평균 매출의 8~12%에 달한다.


셋째, 단골 고객의 LTV(생애 가치)가 매우 높다. 박금순 할머니의 경우 10년을 매일 5,000원씩 사가면, 누적 구매액은 1,825만 원이다. 프랜차이즈 고객의 평균 LTV가 50~100만 원인 것을 고려하면, 단 한 명의 단골 가치가 얼마나 큰지 알 수 있다.


◇ 70대 베이커가 강조하는 “사업의 본질”
이 사장이 자주 하는 말이 있다: “사업이라는 게 뭘까? 돈을 버는 것? 아니에요. 사람의 삶에 좋은 영향을 주는 것이 사업입니다.” 그에 따르면 그의 사업의 목표는 간단하다. “박금순 할머니가 매일 아침 7시에 이 가게에 와서 ’아, 역시 여기 빵이 따뜻하네’라고 생각하면서 가셨으면 좋겠어요. 최동현 씨가 출근 전에 여기서 좀 쉬다 가셨으면 좋겠어요. 그런 사람이 50명, 100명 모여서 우리의 공동체가 되면 좋겠다는 거예요”라고 그는 말했다.


◇ 전문가 조언: “프랜차이즈의 시대는 끝났다”
서울대학교 경영학과 박대영 교수(박사)는 “이상현 베이커리 같은 사례는 매우 중요합니다. 지난 20년간 소비자들은 ‘최저 가격, 최고의 편의’를 추구했어요. 그래서 프랜차이즈가 번성했어요. 하지만 이제 시대가 바뀌었습니다. 사람들은 ’의미 있는 만남’, ‘신뢰할 수 있는 관계’, ’공동체의 일부’가 되고 싶어 합니다”라고 분석했다.


또한 박 교수는 “이것은 단순한 경제 현상이 아니라 사회 문화적 현상입니다. MZ 세대도, 베이비부머도 모두 ‘진정한 것’, ’관계가 있는 것’을 원하고 있습니다. 이상현 베이커리는 그것을 제공하고 있어요”라고 덧붙였다.


◇ “우리는 계속된다”
최근 이 베이커리에는 변화가 있었다. 아들 이준호 씨가 가업을 잇기로 결정했다. “아버지는 68세인데, 어떻게 일을 계속할 수 있을지 걱정했어요. 하지만 1년을 옆에서 봤고, 깨달았어요. 이게 돈 버는 일이 아니라 삶을 함께하는 일이라는 걸. 그래서 저도 동참하기로 했습니다”라고 이준호 씨는 말했다.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일까? “같은 동네에 작은 카페를 하나 더 열어서, 더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서 만날 수 있게 할 생각이에요. 하지만 기본은 변하지 않습니다. 따뜻한 빵과 따뜻한 마음. 그게 우리가 팔 수 있는 전부입니다”라고 이상현 사장은 다짐했다.
 

 

소상공인포커스 / 김영란 기자 supute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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