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분석] 한국의 디지털 전환은 왜 대기업 중심인가

김경훈 대기자 / 기사승인 : 2025-05-20 15:2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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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이 배제되는 구조적 이유
자동화 설비 도입에도 가격 결정권은 '제로', 하청 구조에 갇힌 반쪽짜리 혁신 진단
▲ 한국 중소기업의 디지털 전환(DX)은 설비 자동화와 솔루션 도입이라는 '생산 혁신'에만 매몰되어 있다. 공장은 스마트해졌으나 거래 방식은 여전히 하청 중심의 납품 구조에 머물러 있어, 디지털화가 시장 지배력 강화로 이어지지 못하는 구조적 한계를 보이고 있다.(사진=KOSOM 홈페이지 갈무리)

 

한국에서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 디지털 전환)은 이미 산업 정책의 핵심 언어가 되었지만, 현장에서 만나는 중소기업에게 그것은 여전히 ‘남의 이야기’에 가깝다. 스마트공장 보급률, 인공지능(AI, 인공지능) 도입 기업 수, 데이터 플랫폼 구축 실적은 매년 증가하고 있지만 정작 매출 구조가 바뀌었다고 말하는 제조 중소기업은 많지 않다.


대구 성서산업단지와 구미 국가산업단지를 돌아보면 설비는 자동화되었는데 거래 방식은 여전히 납품 중심이고, 생산 데이터는 쌓이는데 시장 데이터는 축적되지 않는다. 시스템은 도입됐지만 가격 결정권은 그대로다. 디지털 전환이 기업 내부의 효율 개선으로만 작동하고 시장 지배력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의 디지털 전환 정책은 ‘도입 지원’이라는 행정 구조 안에서 움직인다. 기업이 설비를 바꾸면 보조금이 지급되고, 솔루션을 도입하면 구축 실적으로 집계된다. 이 방식에서는 기업의 생산성은 개선될 수 있지만 거래 구조는 바뀌지 않는다. 중소기업이 시장에서 배제되는 이유는 기술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시장에 직접 연결되는 통로를 갖지 못했기 때문이다.


디지털 전환이 생산 혁신 → 납품 경쟁력 강화라는 경로로만 작동하는 순간, 중소기업은 더 빠르고 더 싸게 만들어야 하는 구조 안에 머물게 된다. 결국 디지털화된 하청이라는 새로운 형태가 만들어질 뿐이다.

대만의 디지털 전환은 공장 자동화 사업이 아니라 수출 구조를 다시 설계하는 국가 전략에서 출발했다. 경제부 중소기업처(MOEA SMEA, 대만 경제부 중소기업청)는 개별 기업의 온라인 진출을 지원하지 않았다. 대신 산업 전체가 하나의 디지털 수출 네트워크로 작동하도록 만들었고, 그 중심에 대만트레이드(Taiwantrade, 국가 운영 B2B 수출 플랫폼)가 있다.


이 플랫폼은 제품 등록 사이트가 아니라 계약 데이터가 축적되는 구조다. 타이베이 난강전람관(Taipei Nangang Exhibition Center, 타이베이 국제 전시장)에서 열리는 컴퓨텍스(Computex, 글로벌 ICT 전시회), 타이베이 사이클 쇼(Taipei Cycle Show, 세계 3대 자전거 전시회)에서 이루어진 바이어 상담과 샘플 거래, 본계약과 재주문 정보가 플랫폼에 연결되면서 산업 전체의 시장 데이터가 만들어진다.


여기에 산업기술연구원(ITRI, Industrial Technology Research Institute)이 확보한 공통 기술이 기업으로 이전되고, 수출 물류는 국가 단위 집적 시스템으로 운영되면서 중소기업은 규모의 한계를 넘는다.


◆ 대만의 디지털 전환은 설비가 아니라 시장 연결 구조다


한국은 기업이 디지털화를 한다. 대만은 산업이 디지털화를 한다. 한국은 구축 기업 수로 성과를 측정하고, 대만은 중소기업 직접 수출 비중으로 성과를 측정한다. 한국은 생산 데이터를 쌓고, 대만은 거래 데이터를 축적한다. 이 차이는 시간이 갈수록 시장 지배력의 격차로 나타난다.

대구와 경북의 제조 중소기업이 필요로 하는 것은 스마트공장 추가 보급이 아니다. 생산 데이터를 시장 데이터로 연결하는 지역 단위 디지털 무역 플랫폼, 산업 공동 물류 시스템, 전시회와 계약이 연결되는 구조다.


디지털 전환 정책의 목표가 도입률이 아니라 직접 수출 비중이 되는 순간 정책의 설계 방식은 완전히 달라질 수밖에 없다. 디지털 전환은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중소기업이 시장에 직접 들어갈 수 있는 구조를 설계하는 문제다.

 

 정보 코너

Taiwantrade (대만 국가 B2B 수출 플랫폼)
전시회 계약 데이터와 온라인 거래를 연동한 디지털 수출 시스템
ITRI (Industrial Technology Research Institute, 산업기술연구원)
산업 공통 핵심 기술 선행 확보 후 기업 이전 구조
Taipei Nangang Exhibition Center (타이베이 난강전람관)
전시–상담–계약–재주문 데이터가 연결되는 글로벌 전시 플랫폼
대구 성서산업단지 / 구미 국가산업단지
디지털 전환 이후 시장 연결 구조 설계 필요 핵심 거점


 

소상공인포커스 / 김경훈 대기자 kkh4290@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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