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내부 이동 경로 부재… 경험 축적 구조 미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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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 산업은 기술과 자본 중심의 성장 구조를 갖추고 있지만, 숙련 인력이 산업 전체에 축적되지 못하는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기업 내부에 머무는 숙련 구조를 넘어, 인력 이동을 통한 산업 차원의 기술 축적 체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사진=소상공인포커스 DB) |
기업은 기술로 성장하지만 산업은 사람으로 유지된다. 어떤 산업이 오랫동안 경쟁력을 유지하는지를 보면 공통된 특징이 있다. 그 산업 안에는 오랜 시간 축적된 숙련 인력이 존재한다. 기술은 기업이 개발할 수 있지만 숙련은 산업 안에서 축적된다. 한국 산업 구조를 보면 이 지점에서 중요한 특징이 나타난다. 많은 산업이 일정 시기까지는 빠르게 성장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경쟁력이 약해지는 경우가 반복된다. 기술이나 자본의 문제로 설명되는 경우도 있지만 실제로는 숙련 구조의 문제일 때가 적지 않다.
숙련이 산업 안에 축적되지 않으면 산업의 경쟁력은 장기간 유지되기 어렵다. 숙련이 특정 기업 안에만 존재할 때 그 기업이 사라지거나 산업 구조가 변하면 그 경험 역시 함께 사라지기 때문이다. 산업이 강한 나라들은 숙련을 기업의 자산이 아니라 산업의 자산으로 관리한다. 사람은 기업을 옮길 수 있지만 숙련은 산업 안에 남는다. 이 구조가 만들어지면 산업 전체의 경쟁력은 장기간 유지될 수 있다.
◆ 중소기업 불안정 고용…숙련 축적 대신 단절 반복
독일 제조업은 이 구조를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다. 독일의 기계 산업이나 자동차 산업을 보면 기술자와 숙련 노동자들이 다양한 기업을 이동하며 경력을 이어간다. 특정 기업에서 시작된 경험이 다른 기업으로 확산되면서 산업 전체의 기술 수준이 유지된다. 독일 산업 구조에서 중요한 것은 장기적인 숙련 축적이다. 독일의 직업 교육 시스템은 산업 현장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학교에서 배운 기술은 곧바로 산업 현장에서 사용된다.
이 과정에서 기술자들은 단순한 기능 노동자가 아니라 산업 기술을 이해하는 전문가로 성장한다. 이러한 숙련 인력은 기업을 이동하더라도 산업 안에 계속 남는다. 독일에서는 이러한 기업 구조를 미텔슈탄트(Mittelstand)라고 부른다. 규모는 크지 않지만 특정 기술 분야에서 세계 시장을 지배하는 기업들이 이 구조에서 등장한다.
대만 산업 구조에서도 비슷한 특징을 발견할 수 있다. 대만의 전자 산업이나 반도체 장비 산업에서는 많은 중소기업이 존재한다. 이 기업들 사이에서는 엔지니어와 기술 인력이 자연스럽게 이동한다. 엔지니어가 한 기업에서 다른 기업으로 이동하면 기술 경험도 함께 이동한다. 기업 간 인력 이동은 기술 확산을 촉진한다. 결과적으로 산업 전체의 기술 수준이 상승한다. 대만 산업에서 중소기업이 강한 이유 중 하나도 바로 이 구조다. 기업 규모는 크지 않지만 산업 내부에서 숙련이 계속 축적된다.
한국 산업 구조에서는 이러한 이동 가능한 숙련 구조가 충분히 형성되지 않았다. 많은 숙련 인력이 특정 기업 내부에 묶여 있는 경우가 많다. 특히 대기업 중심 산업에서는 숙련 인력이 기업 내부 조직에 강하게 묶여 있는 구조가 형성된다. 이 구조에서는 산업 전체의 숙련 축적이 어렵다. 기업 내부에서는 기술이 발전할 수 있지만 산업 전체로 확산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또 다른 문제는 중소기업 노동 시장의 불안정성이다. 많은 중소기업에서 숙련 인력이 장기간 근무하기 어렵다. 임금 수준이나 근로 환경, 경력 발전 구조가 충분히 안정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환경에서는 숙련이 축적되기보다 단절되는 경우가 많다. 숙련 인력이 산업 안에서 장기간 활동하지 못하면 산업의 기술 축적 역시 약해질 수밖에 없다.
숙련이 축적되지 않는 산업은 시간이 지날수록 경쟁력이 약해진다. 기술 개발만으로는 산업 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산업 경쟁력은 기술과 사람의 결합으로 만들어진다. 기술이 연구소에서 만들어진다면 숙련은 생산 현장에서 만들어진다.
한국 산업 구조에서 숙련이 산업 자산으로 축적되지 못하는 또 하나의 이유는 산업 내부 이동 경로가 충분히 형성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많은 산업에서 숙련 인력은 특정 기업에 오래 머물거나 아예 산업을 떠나는 경우가 많다. 기업을 옮기면서 경험이 축적되는 구조가 아니라 한 기업 안에서 경력이 끝나는 구조가 형성된 것이다.
이러한 구조에서는 산업 전체의 기술 수준이 축적되기 어렵다. 기업은 성장할 수 있지만 산업 전체의 경쟁력은 일정 수준에서 정체될 가능성이 높다. 산업이 강한 나라에서는 사람의 이동이 산업 경쟁력을 강화하는 역할을 한다. 숙련 인력이 기업 사이를 이동하면서 기술 경험이 확산되기 때문이다. 기술은 연구소에서 만들어질 수 있지만 생산 현장에서 완성된다. 현장에서 축적되는 경험은 산업 경쟁력의 중요한 기반이 된다.
결국 중요한 질문은 이것이다. 숙련은 어디에 축적되는가. 기업 안에만 축적되는 숙련은 기업의 경쟁력이 된다. 그러나 산업 안에 축적되는 숙련은 국가 산업 경쟁력이 된다. 사람이 이동해도 기술이 사라지지 않는 구조가 만들어질 때 산업은 장기적으로 유지된다. 그리고 이러한 구조가 만들어질 때 산업은 단순한 생산 구조를 넘어 하나의 생태계로 성장한다. 산업은 기업의 집합이 아니라 경험이 축적되는 공간이다. 그 공간 안에서 사람과 기술이 함께 성장할 때 산업은 장기간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
숙련은 기업이 아니라 산업에서 축적될 때 경쟁력이 된다. 이동 가능한 인력 구조는 산업 기술 확산을 만든다. 산업 경쟁력은 사람을 중심으로 형성된다
소상공인포커스 / 서영현 기자 93olivi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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