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사 등 병세 위중한 사고 잇따라도 사업주 책임 피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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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10월 쿠팡에서 야간근무를 마친 뒤 숨진 고 장덕준씨의 어머니와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들이 쿠팡 본사 앞에서 과로사 대책 마련 촉구 및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소상공인포커스 = 강현정 기자] 뇌출혈을 비롯한 심혈관계 질환들은 노동자 과로사의 대표적 원인이다. 그러나 이러한 질환이 내년 1월부터 시행되는 중대재해처벌법에서는 제외될 것으로 보인다. 노동계에서는 이미 입법 단계에서 크게 후퇴한 중대재해법을 시행령에서라도 보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컸으나 정작 중요한 사안들을 외면한 시행령을 두고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중대재해법에서 정의한 ‘중대재해’는 사망자가 1명 이상 발생한 사건, 동일한 사고로 6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부상자가 2명이상 발생한 사건이다. 마지막으로 동일한 유해요인으로 급성중독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직업성 질병자가 1년 이내에 3명 이상 발생한 경우다. 그런데 ‘직업성 질병자’에서 심혈관계질환과 근골격계질환이 빠진 것이다.
노동계는 특히 심혈관계질환이 과로사의 대표적 유형이라는 점에서 이 질환이 시행령에 명기되지 않은 것을 두고 반발하고 있다.
심혈관계질환은 심장과 주요 혈관에 발생하는 질환으로 심근경색, 협심증, 뇌졸증 등이 해당한다. 한진택배 노동자 40살 김모씨는 지난해 12월 배송 업무 중 뇌출혈로 쓰러져 8개월째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유족들은 격무에 시달린 탓이라는 주장이다. 지난 8개월 사이 김씨처럼 뇌출혈로 쓰러진 택배 노동자만 6명, 산업계 전체로 보면 한 해 2천명이 넘는 노동자들이 뇌심혈관 질환으로 쓰러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지난해 과로로 사망한 택배노동자 상당수가 부검 소견에서 뇌출혈 등 심혈관계질환 진단을 받았다.
그런데 고용노동부가 만든 중대재해법 시행령 초안에는 중대재해로 인정되는 직업성 질병에 급성중독 등 20여개 질병만 포함됐다.
심혈관계질환은 사망한 경우가 아니라면 처벌할 수 없도록 해 뇌사 등 병세가 위중한 사고가 잇따라도 사업주는 법적 책임을 피해갈 수 있게 된 것.
이렇듯 과로 증상에 따른 심혈관계질환으로 중증 질병이 발생했을 때는 업체들이 빠져나갈 구멍이 생길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로 지적된다.
심혈관계질환이 빠진 것은 경영계의 주장을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경영계는 뇌심혈관계 질환 등은 업무와 상관없는 개인적 특성도 발병 원인이 될 수 있어 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돼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또, 노동계는 시행령에 2인 1조 준수, 위험 작업 현장에 신호수(신호 담당 직원) 등 작업유도자 배치 등이 구체적으로 명시돼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이 역시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중대재해 예방 조치를 할 때, 구체적인 상황에 대한 규정이 없이 기업이 안전보건인력만 확보하면 되는 것으로 할 경우 사고 발생에 대한 책임을 묻기 어려울 수 있다.
때문에 노동계는 나홀로 작업을 하다 숨진 한국서부발전 김용균씨와 평택항 이선호씨 같은 사고를 막으려면 시행령에 2인 1조 작업을 반드시 명시해야 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이 밖에도 기업의 안전보건 관리체계 구축과 이행 의무에 하청까지 포함하는지를 두고 경영계와 노동계가 대립해왔기 때문에 시행령 초안 작업을 두고 마지막까지 의견이 오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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